| 제목 | 그날의 부끄러움 | 2026년 05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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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떠돌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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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시간, 청파교회 창립 118주년을 기념하시겠지요. 저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옛날 일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언제인지, 정확한 연도도 기억나지 않고, 인덕대학이었는지 효장초등학교 운동장인지 그것도 가물가물 합니다. 조병무 장로님이 저에게 도전하셨습니다. "윤 장로가 뛰면 나도 뛰겠다." 남자 이어달리기 뛸 사람을 뽑는데, 청군인지 백군인지 반대편에 속해 있던 조 장로님이 저를 놀리시는 겁니다. 불쑥 나온 제 배를 좀 빼라고 (밀어넣으라고) 만날 때마다 저에게 충고하시던 그분은 제 형님보다 몇살이나 더 위, 저보다는 한참 위셨지요. "이건, 똥배가 아니고, 저수지예요." 슬슬 웃으면서 조 장로님의 도발에 넘어갔습니다. 막상 달려야 할 트랙을 바라보니 너무 멀었습니다. 온 교우들이 지켜보는 중에 큰 웃음거리가 될 형편이었습니다. 조 장로님과 제가 바톤을 이어받을 순서가 됐는데, 마침 우리 편 주자가 좀 더 앞서서 들어와 바톤을 넘겨주었습니다. 상대보다는 분명 5미터는 앞서 들어왔으니, 제가 잘만 달리면 조 장로님한테 뒤져도 1~2미터 뒤질 정도로 바톤을 다음 주자에게 넘겨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달렸습니다. 힘껏 달렸습니다. 제 생각에도 엄청 빨리 달렸습니다. 그때, 교우들이 와 함성을 질렀습니다. '에구, 조장로님이 드디어 나를 따라 잡아 추월하는 순간이구나!' 그런데 조 장로님이 옆을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왜 그러시지?' 조 장로님이 저만치 뒤에서 넘어졌다가 일어나고 계셨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눈 감고 앞만보고 달리는 젊은 후배 장로. 제 다음 주자가 주춤거리는 저에게 빨리 오라고, 바톤을 넘기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날, 조 장로님께 사과를 제대로 했는지 기억이 없습니다. 그날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끄럽습니다. 다시 그런 일이 있으면, 쫓아가서 일으켜 세워드리고, 같이 발을 맞춰서 달리고 싶습니다. 아! 그때 저는 50대. 지금보다 젊었던 어느날이 여전히, 부끄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조 장로님!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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