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밤의 강(박두진시인) 2013년 12월 25일
작성자 섬김

밤의 강

박두진

 

강은

한밤에 빠지는

억만 광년 하늘 밖의 멀디멀은 별

가장 작은 별 그림자에도

가슴설레고

강은

저절로 떨어지는 꽃이파리 하나

가장 작은 몸짓에도

황홀해 한다

강은

어둠을 칼가르는 밤새의 울음

어디론가 가는 새를

마음걱정하고

갈대가 갈대에게 살을 베개 한

바람의 그 뉘우침에

따라 뉘우치고

강은

하늘의 날새 산의 산짐승

물의 물고기 땅의 땅버러지들의 살음살이

쫓음과 쫓김

먹음과 먹힘

강한 자의 횡포에 두 눈 부릅뜨고

쫓기는 자 약한 자

죽는 자의 죽음에

눈물 흐느낀다

강은

한밤에도 뒤슬르며 잠못이룬다

먼 먼 은하물결 귀기울여 듣고

한밤내 한밤내

전신을 그 신경 세워

대지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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