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칫솔 2013년 12월 28일
작성자 장혜숙

 

기다린다는 것. 

많은 추상적인 것들이, 구체화되는 과정이 바로 우리가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한데 

우리가 기다려왔던 것은 얼마나 이루어졌고, 우리를 만족시켰을까? 

 

나도 늘 기다림의 길 위에 서있다. 

미래, 꿈, 희망, 소원...........  

이런 추상적인 단어를 붙들고 있는 시간도 많지만 

맛난 먹을 것, 가지고 싶은 것, 보고싶은 것, 

이런 구체적인, 현실적인 것들을 기다리는 경우도 많다. 

 

우리집 목욕탕에 있는 칫솔을 찍어보았다.

그전엔 이렇게 정돈되어있지 않고 컵 속에 빡빡하게 꽂혀있었는데

이사를 하면서 깔끔히 정리한 것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고가곤 하였다. 

하루라도 묵고 간 사람들이 사용한 칫솔들을 바로 버리지 못해 컵에 꽂아둔 채로 

여러 날, 여러 달, 어떤 것은 일년이 넘도록 묵혀두고 있다. 

가끔 버리기라도 하면 그 다음에 잘 때는 또 새 것을 주고, 다시 꽂아두고..... 

컵에 칫솔이 가득한 모습이 지저분하다고 어머니에게 듣기싫은 소리도 여러 번 들었지만 

나는 칫솔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이제 아들의 친구, 딸의 친구가 사용했던 칫솔은 다 버렸다. 

아들 딸이 다 독립하였으니 그 친구들이 우리 집에 와서 잘 일도 없어진 것이다. 

이제 우리 목욕탕에 보관된 칫솔은 가족들 것 뿐이다.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외손녀 친손녀. 

칫솔의 임자들은 자기들이 자고 이 닦을 때만 이 칫솔을 만지지만 

나는 내 칫솔을 뽑을 때마다 함께 걸려있는 다른 칫솔들을 한번씩 바라본다. 

손녀의 예쁜 어린이 칫솔은 빙그레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하고 

아이였었는데 부모가 된, 그러나 내겐 아직도 내 아이인 아들 딸 며느리 사위의 칫솔이 눈에 들어오면 

빠른 화살기도를 쏘아올리기도 한다. 

 

그냥........ 

참 하찮은 칫솔이, 별것도 아닌 칫솔이 

어느 날은 눈에 크게 들어올 때가 있고 

어느 날은 슬쩍 지나칠 때가 있고 

이 마음은 무엇일까?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집에는 이렇게 칫솔이 가지런히 꽂혀있을 것이다.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