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윤동주) 2013년 04월 07일
작성자 나눔

병아리

윤동주

 

"뾰, 뾰, 뾰,

엄마 젖 좀 주."

병아리 소리.

 

"꺽, 꺽, 꺽,

오냐 좀 기다려."

엄마닭 소리.

 

좀 있다가

병아리들은

엄마 품 속으로

다 들어갔지요.

 

 

햇비

윤동주

 

아씨처럼 나린다

보슬보슬 햇비

맞아 주자 다 같이

옥수숫대처럼 크게

닷 자 엿 자 자라게

햇님이 웃는다

나보고 웃는다

 

하늘 다리 놓였다

알롱알롱 무지개

노래하자 즐겁게

동무들아 이리 오나

다 같이 춤을 추자

햇님이 웃는다

즐거워 웃는다.

 

 

윤동주

 

우리 애기는

아래 발치에서 코올코올,

 

고양이는

부뚜막에서 가롱가롱,

 

애기 바람이

나무 가지에서 소올소올,

 

아저씨 햇님이

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햇빛,바람

윤동주

 

손가락에 침발라

쏘옥, 쏙, 쏙,

장에 가는 엄마 내다보려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아침에 햇빛이 빤짝,

 

손가락에 침발라

쏘옥, 쏙, 쏙,

장에 가신 엄마 돌아오나

문풍지를

쏘옥, 쏙, 쏙,

 

저녁에 바람이 솔솔.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 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십자가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왔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