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신앙(김소월시인) 2014년 06월 29일
작성자 나눔

 

 

신앙

김소월

 

눈을 감고 잠잠히 생각하라

무거운 짐에 우는 목숨에는

받아가질 안식을 더 하라고

반드시 힘있는 도움의 손이

그대들을 위하여 기다릴지니

 

그러나 길은 다하고 날이 저무는가

애처로운 인생이여

종소리는 배바삐 흔들리고

애꿎은 조가는 비껴 올 때

머리 수그리며 그대 탄식하리

 

그러나 끓어앉아 고요히

빌라 힘있게 경건하게

그대의 맘 가운데

그대를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신을

높이 우러러 경배하라

 

멍에는 괴롭고 짐은 무거워도

두드리던 문은 멀지 않아 열릴지니

가슴에 품고 있는 명멸의 그 등잔을

부드러운 예지의 기름으로

채우고 또 채우라

 

그러하면 목숨의 봄두던의

살음을 감사하는 높은 가지

잊었던 진리의 봉우리에 잎은 피어

신앙의 불붙는 고운 잔디

그대의 헐벚은 영을 싸 덮으리.

 

 

기분전환

김소월

 

땀,땀 여름 볕에 땀 흘리며

호미 들고 밭고랑 타고 있어도

어디선지 종달새 울어만 온다

헌출한 하늘이 보입니다요 보입니다요

 

사랑, 사랑, 사랑에 어스름을 맞춘 님

오나 오나 하면서 젊은 밤을 한솟이 조바심 할 때

밟고 섰는 다리 아래 흐르는 강물!

강물에 새벽빛이 어립니다요 어립니다요.

 

 

산유화

김소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둥근 해

김소월

 

솟아온다 둥근 해

해죽인다 둥근 해

끊임없이 그 자체

타고 있는 둥근 해

 

그가 솟아올 때면

내 가슴이 뛰논다

너의 웃음 소리에

내 가슴이 뛰논다

 

물이 되랴 둥근 해

둥근 해는 네 웃음

불이 되랴 둥근 해

둥근 해는 네 마음

 

그는 숨어 있것다

신비로운 밤빛에

너의 웃는 웃음은

사랑이란 그 안에

 

그는 매일 걷는다

끝이 없는 하늘을

너의 맘은 헤엄친다

생명이란 바다를

 

밝은 그 볕 아래선

푸른 풀이 자란다

너의 웃음 앞에서

내 머리가 자란다

 

불이 붙는 둥근 해

내 사랑의 웃음은

동편 하늘 열린 문

내 사랑의 얼굴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김소월

 

봄 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밝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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