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십자가와 부활에 관한 시들 2014년 11월 05일
작성자 들꽃

십자가

윤동주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부활의 새벽

김소엽

 

죽음으로

부활하신

당신

 

순종으로

부활하신

당신

 

날마다

나만 살아서

당신을 죽이고

내가 죽지 못하여

내 안에

죽어 계신

당신

 

내 뜻만 나타나

당신 뜻은

늘 십자가 그늘에

숨어 있고

천만 번 통곡해도

부활의 당신은

아직도 먼

새벽.

 

 

부활절 아침에

문익환

 

빛은

무덤에서

새어나온다

 

사랑을 잃은 막달라 마리아의

휑뎅그린 가슴 같은

무덤

 

빛을 그리는 마음뿐이다가

쏟아진 별빛들이

오순도순

새 아침을 마련하는

 

빛은

그런 무덤에서

새어나온다

생명은

무덤에서

돋아난다

 

<평화시장>에서 시들어가는

아까운 꽃송이들을

사랑하다가 사랑하다가

한 줌 재가 된

 

<전태일>의 꽃 같은 마음에

풀씨들은 울먹이며

더듬더듬

새 봄을 마련하는

 

생명은

그런 무덤에서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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