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가을에 관한 시들 2014년 11월 10일
작성자 들꽃

가을에는 불러주세요

유안진

 

불러주세요

서리치면 쓰러질

들꽃같이 여린 내 이름을

비오는 가을밤에는

불빛처럼 불러주세요

 

나그네도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듯

고향집 따순 아랫목에

지친 머리 뉘어 편히 쉬듯이

 

먼지 쌓인 복음서로

불러주세요

손때 묻고 어룽진 어느 행간에

낙엽처럼  엎드려

붉게 붉게 울도록

 

오오 하나님

가을에는 가을에는

불러주세요

제 고향 말씀책으로

저를 불러주세요.

 

 

가을의 기도

임성숙

 

지난 봄 여름

당신이 굽어보는 눈동자 안에서

얼마나 푸르게 얼마나 크게

자라났는지

 

당신이 무상으로 주시는

단비와 햇빛 속에

얼마나 향기롭게 얼마나 달콤하게

맛들었는지

 

지금은 당신께서 거두는

수확의 계절

여문 열매는 여문 열매대로

쭉정이는 쭉정이대로

공의로운 손길로 거두시는 날

잠시 잠시만

그늘 속에 묻혔던 끝물 열매가

어여삐 무르익기까지만

사랑의 손길로 기다려주소서.

 

 

가을 들녘

김소엽

 

가을이 되면

가지 위에서 대지의 품으로

미련 없이 떠나가는

낙엽의 순리를 배우리

 

이별을 위해

여름날 뜨거운 태양의 쓰라림도

긴 외로움의 어둠도

아픈 배리의 된서리도

아름다운 채색으로 물들인

단풍처럼

떠나갈 날을 위하여

아름다운 순간으로 채우리

 

낙엽은

떨어짐조차

아름답지 아니한가

 

가을의 조락 앞에

모든 것 다 바치고

빈 들녘처럼 누워 있나니

신이여

당신의 겸허로 채워주소서

당신의 경건으로

종소리 울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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