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한용운시인 70주기를 기념하여(1944.6.29) 2014년 06월 30일
작성자 나눔

찬송

한용운

 

님이여, 당신은 백 번이나 단련한 금결입니다

뽕나무 뿌리가 산호가 되도록 천국의 사랑을 받읍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볕의 첫걸음이여

 

님이여, 당신은 의가 무겁고 황금이 가벼운 것을 잘 아십니다

거지의 거친 발에 복의 씨를 뿌리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옛 오동의 숨은 소리여

 

님이여, 당신은 불과 광명과 평화를 좋아하십니다

약자의 가슴에 눈물을 뿌리는 자비의 보살이 되옵소서

님이여, 사랑이여, 얼음바다의 봄바람이여.

 

 

해당화

한용운

 

당신은 해당화 피기 전에 오신다고 하였습니다 봄은 벌써

늦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는 어서 오기를 바랐더니 봄이 오고 보니

너무 일찍 왔나 두려워합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뒷동산에 해당화가 피었다고 다투어

말하기로 듣고도 못 들은 체하였더니

야속한 봄바람은 나는 꽃을 불어서 경대 위에 놓입니다그려

시름없이 꽃을 주워서 입술에 대고 "너는 언제 피었나"하고

물었습니다

꽃은 말도 없이 나의 눈물에 비쳐서 둘도 되고 셋도 됩니다.

 

 

달을 보며

한용운

 

달은 밝고 당신이 하도 그리웠습니다

자던 옷을 고쳐 입고 뜰에 나와 퍼지르고 앉아서 달을 한참 보았습니다

 

달은 차차차 당신의 얼굴이 되더니 넓은 이마, 둥근 코, 아름다운 수염이

역력히 보입니다

긴 해에는 당신의 얼굴이 달로 보이더니 오늘 밤에는 달이 당신의

얼굴로 됩니다

 

당신의 얼굴이 달이기에 나의 얼굴도 달이 되었습니다

나의 얼굴은 그믐달이 된 줄을 당신이 아십니까

아아, 당신의 얼굴이 달이기에 나의 얼굴도 달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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