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 주님의 영을 기다리며
설교자 김기석
본문 요엘2:28-32
설교일시 2018/05/20
오디오파일 s20180520.mp3 [9 KBy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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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영을 기다리며
요엘2:28-32
(2018/05/20, 성령강림주일)

["그런 다음에, 내가 모든 사람에게 나의 영을 부어 주겠다. 너희의 아들딸은 예언을 하고, 노인들은 꿈을 꾸고, 젊은이들은 환상을 볼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종들에게까지도 남녀를 가리지 않고 나의 영을 부어 주겠다. 그 날에 내가 하늘과 땅에 징조를 나타내겠다. 피와 불과 연기 구름이 나타나고, 해가 어두워지고 달이 핏빛 같이 붉어질 것이다. 끔찍스럽고 크나큰 주의 날이 오기 전에, 그런 일이 먼저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주님의 이름을 불러 구원을 호소하는 사람은 다 구원을 받을 것이다. 시온 산 곧 예루살렘 안에는 피하여 살아 남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주님께서 부르신 사람이 살아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다.]

∙ 울고 계시는 주님
주님의 은총과 평화가 우리 가운데 임하시기를 빕니다. 성령강림주일인 오늘, 빈 들에 마른 풀 같이 시든 우리 마음에도 은총의 단비가 내려 생명의 신비와 기쁨을 한껏 누릴 수 있기를 빕니다. 한 주간 내내 우리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이스라엘에 의해 자행된 살육이었습니다. 지난 5월 14일은 이스라엘 독립 70주년 기념일이었습니다. 동시에 그 날은 1967년에 벌어진 제3차 중동 전쟁 때 이스라엘에 의해 요르단의 영토였던 동예루살렘을 점령당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대재앙(Nakba)의 날이었습니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동일한 날이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이날 미국은 텔아비브에 있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랑스럽게 대사관의 현판식을 거행하고 있던 그 시간에 세계 최대 규모의 감옥이라 할 수 있는 가자지구(Gaza Strip)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실탄 사격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며칠 사이 사망자만 60여 명에 이르고 부상자는 수천 명에 이릅니다. 고귀한 인명이 그렇게 희생되었습니다. 평화의 꿈은 그렇게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어쩌자고 바람을 심어 광풍을 거두는 일을 멈추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분쟁의 땅에서 울고 계시는 주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성경은 아벨의 피가 스며든 땅이 하늘을 향해 하소연했다고 합니다. 억울한 피는 그냥 스러지는 법이 없습니다. 하늘을 향해 신원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 땅에서 쓰러진 수많은 사람들의 비명소리에 주님의 마음도 찢겼을 것입니다. 일찍이 예수님은 예루살렘 도성을 보시고 우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오늘 너도 평화에 이르게 하는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터인데! 그러나 지금 너는 그 일을 보지 못하는구나."(눅19:42)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평화를 미워하는 이들 사이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상에 가득 찬 부패와 폭력을 보며 사람 지으셨던 것을 후회하셨던 주님의 심정을 알 듯도 합니다.

∙ 갈라진 세상을 깁는 성령님
세상이 그러하기에 하나님의 일을 위해 택하심을 입은 이들은 더욱 더 평화를 지향해야 합니다. 아슬아슬한 평화의 나무에 물을 주고, 흙을 돋워주고, 바람을 막아주어야 합니다. 에스겔이 보았던 마른 뼈의 골짜기가 떠오릅니다. 생기 하나 없는 죽음의 계곡, 그곳에는 마른 뼈들만이 뒹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언자가 바람을 향해 대언하자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와 절망에 빠졌던 이들을 일으켜 세워 하나님의 일을 하게 하는 힘입니다. 성령은 또한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서먹함의 장벽을 허물고, 친밀한 사귐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하나님과의 친밀함이야말로 우리의 기쁨의 근원이요, 불의에 항거할 수 있는 용기의 뿌리이고,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우리를 선물로 내 줄 수 있는 마음의 원천입니다. 성령이 우리들 가운데, 그리고 위태로운 분단 상황 가운데 살고 있는 이 민족 위에 임하시기를 빕니다. 성령강림주일 아침, 저는 감리교 교리적 선언에 나오는 성령에 대한 고백으로 설교를 마치려 합니다. "우리는 우리와 함께 계셔서 우리를 거듭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시며 완전하게 하시며 위안과 힘이 되시는 성령을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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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록 날 짜 2018년 09월 18일 09시 47분 30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