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안에서 평화의 인사를 올립니다.
여러모로 뜨거운 이 6월을 어떻게 지내십니까?
몇 해 전 제게 다가와 '잘 견뎌'라고 말하던 옛 스승이 생각납니다.
생을 즐길 수 없으면, 어려움을 잘 견디는 것도 미덕이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밖의 소란을 떠나와, 이곳 독일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 주일 뒤셀도르프 한인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교우들의 요청은 거의 2시간에 걸쳐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교우들의 경청하려는 자세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독일 교회 교우들 스스로 60년 대의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만,
저는 이곳에서 정말 정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재독한인교회협의회에 속한 교회와 성도들이
매우 건강한 신앙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음에 놀랐습니다.
월요일 두이스부르크를 출발하여 어제까지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지를 탐방하였습니다.
그가 태어나고, 죽은 아이스레벤을 비롯하여
바르트부르크 성에 숨어 성경을 번역했던 아이제나하,
그리고 그 유명한 비텐베르그까지 천천히 시간을 들여 돌아보았습니다.
참 좋은 시간이었고, 에라스무스와 멜랑히톤을 비롯한 인문학자들이
머물며 학생들을 가르쳤던 대학도 돌아보았습니다.
곳곳마다 견학 온 학생들을 바라보며 우리의 교육현실의 척박함을
다시금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세계사의 한 복판에서 벌어진 일을 가까이에서
보고 들으며 자라는 아이들이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나
창조적 사고를 할 가능성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오후 늦게 베를린에 도착하여,
독일 분단의 상징물로 일부 남겨둔 베를린 장벽을 둘러보았습니다.
독일 통일 20주년이 되는 올해이기에,
장벽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렸던 벽화와 어울려
새로운 벽화들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평화에 대한 염원은 누구에게나 한결같았습니다.
200미터가 넘는 페른세투름(T.V 송전탑)에 올라
베를린 전역을 둘러보았습니다.
구 동독과 서독의 거리 모양이 판이하게 다른 것을 보고 놀랐고,
사방 어디를 보나 산이 보이지 않는 것에 놀랐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돌아가 보고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베를린 한인교회의 이정복 장로님 댁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국을 떠난지 40년이 되셨어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제는 서러울 정도로 청명하더니, 오늘은 또 흐리네요.
이곳 날씨는 정말 종잡을 수 없어서, 늘 우산을 준비하고 다녀야 합니다.
저녁 시간이면, 교우들의 얼굴과 음성이 떠오릅니다.
어쩔 수 없는 가족이구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주님의 은혜 가운데서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아침 식탁을 차리는 집사님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빵 냄새가 고소하네요.
덤.
제가 없다고 신앙생활 게을리하지 마십시오.
더 큰 열심으로 주님의 뜻을 받드십시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