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전,
네이트온으로 오후에 낯선 아이디가 말을 걸었습니다.
메신저에서 삭제를 하고 차단을 안 걸면 상대방은 저를 보고 말을 걸 수 있지만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하죠.
누군가 했더니 예전 다니던 교회에서 같이 사역을 하던 친구였습니다.
같이 홍보국에 있었죠. 저는 웹진 팀장, 그 친구는 홈페이지팀 팀장.
그래서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같이 축구를 보기도 했을 정도로 친하게 지냈는데...
제가 그 교회를 떠나면서 연락을 딱 끊어버렸죠.
그런데 거의 2년 만에 그 친구가 말을 건 거였습니다.
프라이버시도 있고, 창피하기도 해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고요.
작년에 결혼을 했다고 하더군요.
홍보국 디자인 팀장을 하다가 홍보국장이 된 친구랑.
제가 일방적으로 차인 꼴이긴 한데...
저랑 그녀는 썸씽이 있었거든요.
저의 부끄러운 삽질 부분은 건너 뛰고^^;
어쨌든 둘은 제가 떠난 청년부 홍보국에서 활동하면서 결혼까지 한 거 같습니다.
당황해서 자세한 건 물어보지 못했고...축하한다고 행복하라는 말까지만 전했죠.
그 친구도 제가 그녀를 좋아했던 것을 알고 있거든요.
어찌됐든 그렇게 흘러온 거죠.
제가 전 교회에서 겪은 일들은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일반적인 한국 대형 교회들이 다 그렇죠.
십일조 외 헌금 강조하고, 복음주의 신학이고, 상당히 보수적인 세계관의 설교...
그런 부분은 별 게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만,
그때 샘물교회 피납 사건이 있었고, 또 대선이 있었죠.
결정적으로 '성서 대학'이란 강좌를 들었는데...
미국에서 나고 자라고 공부한 목사님이 성서 무오류 설을 강변하더군요.
역사적으로 다 증명된 사실이라고...
앞서 이야기한 그 친구와 같이 강의를 들었는데...
그 친구는 거의 확신하는 거 같았습니다.
이후 청파교회 와서...
부목사님의 신앙 다지기와 예수 학당 등을 통해서
얼마나 제가 이중적이고 맹목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게 됐습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한국 교회 교인들이 저보다도 모자란 상태에서 무조건 헌금을 바치고, 출세와 부를 기원하고, 강단의 말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있다는 것도요.
그녀와 제가 잘 안 되고...
또 제가 그 교회를 떠난 데에는...
물론 제가 워낙 못나고 어리석고 성급해서 그런 것이 일차적이었겠지만
보다 넓게 보면 그 교회를 계속 다닐 자신이 없었거든요.
비루한 자기합리화라고 해도 할 말이 없지만요. ㅎㅎㅎ
어찌됐든
그렇게 저는 그 교회를 떠났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해서 잘살고 있나 봅니다.
가끔 제가 남았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만,
그거야말로 부질없는 가정이고요.
부디 두 사람 행복하게 잘살고 아름다운 가정 이루길 기원합니다.
처음엔 머리가 띵 하고,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ㅎㅎ
지금은 차라리 잘된 거다. 둘 다 좋은 사람들이니까 잘된 거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뭐 제가 안 이래도 기도해 주는 사람들 많겠죠?
반대로 저는 기존의 잘못된 한국 교회를 바로 잡고 기독교 신앙을 바로 세우는 데에
어떻게 동참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이런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로만 그런 고민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이 일은 또 하나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물론 여전히 전 참 게으르고 어리석고 한심하며 아는 것 없는 백수지만.
어떤 식으로든 헌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해보고 싶네요.
그런데 여전히 어떻게?라는 의문은...
살면서 해답을 찾아봐야겠죠.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