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대하여 생각하다.
생각은 힘이 세다.
딸은 새생명을 잉태하고 여러 방법의 태교를 했다. 태교에 관한 조언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자기 아이가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사진을 붙여놓고 매일 바라보면 그 사진을 닮은 아이를 낳는다는 이야기. 예쁜 여자, 멋진 남자, 내 아기는 이만은 해야지 하면서 사진을 바라보는 것이다. 엄마는 멋있는 이미지를 추구한다.
어떻게 닮는다는 것인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 의학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억지로 정말 억지로 갖다붙이자면 그렇게 마음쓰는 엄마에게 어떤 홀몬작용이 있어서 아이의 모습을 만든다는 것인가, 그럴리가?
9개월넘도록 바라보던 사진에 세뇌되어 엄마는 그 사진의 모습을 태어난 아기의 얼굴에서도 보게되는 착각일까?
어떻게 설명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품들은 정말 멋진 팔등신 몸매를 보여준다. 그 시대 인간들은 분명 팔등신 비율의 몸매가 아니었는데도 모든 인물조각품들은 실제 인간의 몸과 다른 늘씬한 큰 키를 뽐낸다. 실제 사람보다 더 멋있는 이미지를 추구한 것이다.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고대 그리스인 인체의 골격들은 그 시대에 제작되어 남아있는 인체조각품들과 골격의 크기가 다르다. 훨씬 작다. 오히려 지금 우리들의 골격 크기가 그 옛날의 조각과 비슷하다.
인간의 평균신장은 엄청나게 커졌다. 몸이 커지면 그 몸에 붙어있는 신체의 비율도 커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몸은 옛 시대의 조각과 비슷한 골격의 크기가 됐고 오히려 얼굴은 그 때보다 1센티 정도가 더 작아졌다. 잘 깎아놓은 조각품 같은 팔등신 몸매는 그 시대를 살던 사람들이 아니라 지금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수천년전에 추구하던 이미지를 지금 우리가.
그렇다면 자신의 태아가 닮기를 원하며 바라보는 사진의 모습을 닮는 것이 가능할 것도 같다. 지속적인 생각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2400년을 이어온 시간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하루살이에게 하루가 우주전체이듯 태아에겐 태중에 있을 동안이 시간의 전체이니까. 시간의 전부를 다바쳐 생각하는 것은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생명체의 조작들을 보면 과거에 만들어진 인면수신(人面獸身), 수면인신(獸面人身)의 조각품들처럼 그런 생명체가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 속에서 생겨날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만들어보는 사이보그들이 앞으로 우리가 볼 수 없는 어느 시대엔가 실제로 생겨날 수도 있다.
무언가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추구한다는 것은 참으로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