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자전거를 타고 가는 데 시멘트 담벼락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는 담쟁이 넝쿨을 볼 수 있었습니다. 봄이 되어 생명이 살아나니.. 생명 아닌 벽을 생명이 기어 올라가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시로 한 주를 시작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담 쟁 이
도 종 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 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 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