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세상일에 무심한 편이기는 하지만 세상을 외면하지도 않는다. 홍대 청소·미화 노동자 대량 해고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이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들은 분연히 떨쳐 일어나 자신만의 '투쟁 놀이'를 선보였다. 1월22일 오후, 홍대 앞 놀이터에 호모루덴스들의 한판 푸닥거리가 벌어졌다. 해고된 홍대 청소·경비 노동자를 위한 '우당탕탕 바자회'를 열고 모금운동을 벌였다. 이 바자회를 개최한 '날라리 외부세력'은 시민단체나 노동단체도 아닌 탤런트 김여진씨를 비롯한 트위터 이용자 들이었다. 우울한 현실에 대한 발랄한 문제 제기에 노동자들도 즉석에서 트로트 곡을 부르며 화답했다. '날라리 외부세력'은 세상을 바꾸는 '놀쉬당'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홍대 앞의 '놀쉬당' 문화는 사람들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도 전파되고 있다. 홍대 앞에서 제주도로 본거지를 옮긴 만화가 메가쇼킹은 감성충전소 '쫄깃센터(www.jjolkit.com)'를 만들고 있다. 많은 홍대 앞 '놀쇠돌'들이 개관과 맞춰 제주도에 놀러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메가쇼킹은 방문하면 국빈급 대우를 해주겠다고 말만 하고 아직까지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쫄깃센터를 비롯한 제주 지역의 '놀쉬당' 탐방 기사 역시 기획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많은 이태원에서는 국제적인 '놀쉬당'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종결자'는 한국에 와 있는 프랑스인들인데, 8년 전 서울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에서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다. 한국에 와 있는 프랑스인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소설가 황석영 선생을 위해 환갑잔치를 열어주고 있었다. 황석영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한국 사람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예순 번째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주축이 된 멤버들을 만나보았다. < 한국수첩 > 이라는 한국에 대한 문화예술 무크지를 함께 발행하는 그들은 대부분 한국말이 익숙할 정도로 한국에 오래 살았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으냐고 물으니 전공이 '퇴계 이황'이라는 사람도 있었고 '석굴암'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 말에 부끄러움이 밀려들었다. 이들에게 놀이는 바로 출판이다.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벵자맹 주아노 씨는 "최근에는 저술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 '아틀리에 데 카이에(작업실의 수첩)'라는 출판사 이름으로 한국의 문화와 문학 등을 프랑스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 최고의 순간은 완성된 책을 만지는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주아노 씨는 최근 재미있는 '놀쉬당'을 하나 더 조직했다. '미식의 철학(gastrosophist)'이라는 국제적 미식 동호회다. '내 입에 맞다 안 맞다'를 '맛이 있다 없다'로 착각하는 한국인을 위해 음식점을 국제 기준으로 평가해보겠다며 미국인·오스트레일리아인·중국인·한국인 등과 동호회를 만들었다. 동호회 이름을 거창하게 지은 것에 대해 주아노 씨는 "나에게 미식은 취미보다 더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Just do it(그것을 해라)'에서 'Just for it(그것을 위해 해라)'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놀쉬당'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세 가지다. 일을 하는 것만이 생산적인 것이 아니라 놀이도 충분히 생산적일 수 있다는 것, 혼자 노는 것이 아니라 함께 놀아야 더 재밌다는 것, 그리고 오늘 놀 수 있는 것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놀 것도 많다. 고재열 기자 / scoop@sisain.co.kr
재미있는 기사라서 함 올려봅니다.
제 꿈입니다. 잘 놀면서 잘 쉬는 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