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인지 논인지 모르게 물찬 논
하늘 바라보며 한숨만 짓는 농부의 마음을 아는지
그 논에서 벼 모개가 쏘옥 고개를 내민다.
농부는 금쪽보다 더 귀한 벼 모개 쓰다듬으며
연신 고맙다 인사를 한다.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그런 시간이 지난 후
이젠 패기 시작한 이삭이 농부에게 인사를 한다.
기도해줘서 고맙다고.
당신의 기도로 이렇게 익어가고 있다고
당신의 마음 기도, 당신의 몸 기도
고맙다고 자꾸만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또 숙인다.
금보다 더 귀하게 여긴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논은 황금빛을 보여준다.
바람의 축하 연주로 일렁이는 황금물결.
다시
농부가 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이렇게 익어줘서 고맙다 고맙다
수중에서 살아남고
땡볕에서 인내를 쌓던 너
정말 고맙다 고맙다.
내 너를 먹고 사람답게 살리라
내 기도 고맙다고 자꾸만 고개숙이던 너를 닮아
나도 너처럼 고개 숙이며 익어가리라.
이제 나의 밥이 되는 너
나도 누군가의 밥이 되리라.
누군가의 밥이 되고
사람답게 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