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행복
천상병
나는 아주 가난해도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돈은 아내가 벌고
나는 놀면서 지내니까!
오십세살이니
부지런한 게 딱 싫고
그저 KBS 제 1FM방송
이 방송은
거의가 고전음악인데
고전음악광인 나는
그래서 행복의 진짜 맛이다
막걸리 한되 한병을
매일같이 마누라가 사준다
한 병을 정오에 사면
6시 까지 가니 어찌 탓하랴?
나에겐 내일도 없고
걱정거리랑 없다
예수님은 걱정하지 말라 하셨는데
어찌 어기겠습니까?
행복은 충족이다
나 이상의 행복은 없고
욕망이라고는 없으니
그저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행복
나는 세계에서
제일 행복한 사나이다
아내가 찻집을 경영해서
생활의 걱정이 없고
대학을 다녔으니
배움의 부족도 없고
시인이니
명예욕도 충분하고
이쁜 아내니
여자 생각도 없고
아이가 없으니
뒤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집도 있으니
얼마나 편안한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아내가 다 사주니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