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됨됨이
박경리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하여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들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 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인색함으로 하여
메마르고 보잘 것 없는
인생을 더러 보아 왔다
심성이 후하여
넉넉하고 생기에 찬
인생도 더러 보아 왔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농촌 아낙네
뙤약볕 아래
밭을 메는 아낙네는
밭 안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온 밭을 끌어안고 토닥거린다
밭둑길 논둑길이 닳도록 오가며
어미새가 모이 물어 나르듯 오가며
그것이 배추이든 고추이든
보리 콩 수수 벼 어느 것이든 간에
모두 미숙한 생명들이니
아낙에게는 가슴 타게 하는 자식들이다
하늘을 우러러 축수한다
자비를 주시오소서 하나님
연약한 묵숨에게 자비를
목마르지 않게 비 내려 주시고
춥지 않게 햇볕 내려 주시고
숨 막히지 않게 바람 보내 주시오소서
밭을 끌어안은 아낙네는
젖줄 물려주는 대지의 여신과 함께
번갈아 가며
생명을 양육하는 거룩한 어머니다
마음
마음 바르게 서면
세상이 다 보인다
빨아서 풀 먹인 모시 적삼같이
사물은 싱그럽다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졌을 때
진실은 눈멀고
해와 달이 없는 벌판
세상은 캄캄해질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쫓는 자
세상은 그래서 피비린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