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김수영
나에게 30원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 대견하다나도 돈을 만질 수 있다는 것이 대견하다무수한 돈을 만졌지만 결국은 헛만진 것쓸 필요도 없이 한3.4일을 나하고 침식을 같이한 돈
-어린놈을 아귀하고 하지그 아귀란 놈이 들어오고 나갈때 마다 집어간 돈풀방구리를 드나드는 쥐의 돈!그러나 내 돈이 아닌 돈하여간 바쁨과 한가와 실의 와초조를 나하고 같이한 돈바쁜 돈-아무도 정시하지 못한돈-돈의 비밀이 여기있다
풀김수영
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바람 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발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1968.5.29>
-위의 시는 김수영시인의 마지막 시입니다. 김수영 시인은 1968년 사상계 1월호에 발표했던 평론 <지식인의 사회 참여>를 발단으로 <조선일보>지상으통하여 이어령과 뜨거운 논쟁을 3회에 걸쳐 주고 받습니다. 이 논쟁은 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킵니다. 4월 부산에서 열린 펜클럽 주최 문학 세미나에서" 시여침을 뱉어라"는 제목으로 주제 발표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경주에 들러 청마 유치환의 시비를 찾습니다.(유치환 시인은 1967년 교통사고로 의문의 죽음을 당했습니다.)6월15일 밤 11시10분 경 귀가하던 길에 구수동 집 근천에서 버스가 뒤에서 덮쳐서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서대문에 있는 적십자 병원에 이송되어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다음날(6월16일) 아침 8시50분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나의 가난은천상병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한 잔 커피와 갑속의 두둑한 담배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내일 아침일도 걱정 해야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사랑하는 내 아들 딸들아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와서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씽씽 바람 불어라.
나의 가난함천상병
나는 불품없이 가난하지만인간의 삶에는 부족하지않다내 형제들 셋은 부산에서 잘 살지만형제들 신세는 딱 질색이다
각 문학사에서 날 돌봐주고몇몇 문인들이 날 도와주고
그러니 나는 불편함을 모른다다만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가난해도나는 가장 행복을 맛본다돈과 행복은 상관없다부자는 바늘귀를 통과해야한다.
빛천상병
대낮의 빛은 태양입니다밤의 빛은 전기요 등불입니다내가 사는 빛은 예수님이고내가 죽는 빛도 예수님이다
삼십년만에 만난 중학 동창이으리으리한 술집에서내 마음을 달래주는 일그것 또한 빛은 빛이다
빛은 어디서나 있을 수 있고빛은 있기 어렵습니다나의 삶이여빛을 외면하지 말게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