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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오려다가 물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내린 낙엽들로 수북히 덮힌 길이 못내 아쉬워서 마냥 걸었습니다. 이 밤이 지나면 아끼던 풍경도 아득한 뒷모습만 남긴 채 떠나겠구나 싶었습니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러 그 화려함이 극에 달한 풍경에는 사람들의 번잡함이 따르고, 나무가 그 잎을 다 떨구어 낸 채 성스럽게 서있는 모습은 너무(?) 거룩해 보여서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저는 마른 나뭇가지에 하늘이 숭숭 뚫려 보일 정도로 나뭇잎들이 달려있는 이 계절을 좋아합니다. 수학적으로는 나무에 나뭇잎이 10%쯤 남아 있는 상태 또는 시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바탕으로 Eros와 Thanatos가 한 나뭇가지에서 바람에 흔들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제게는 한 편의 영화를 보거나 한 권의 책 (성경 포함)을 읽는 것 이상입니다.
드문드문 매달려 있는 나뭇잎 사이로 반달이 떠있었습니다. 비가 내린 뒤라서 기대도 하지 않았었는데...... 아마도 나뭇잎이 무성했으면 보이지 않았겠지요. 끊임없이 비워냄으로써 가려져 있고 막혀 있던 것들이 드러나는 이 계절은 부질없는 욕망에 매여 있는 제게 풍경을 통해 말 걸어옵니다.
떨구어야할 것들을 떨어내는 나무, 그리고 떨어져야 할 때를 알고 떨어지는 잎새들에서는 향기로운 냄새가 났습니다. 비록 땅에 떨어져서 사람들의 걸음걸이에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더라도 아름답게 빛나더군요. 덧없는 소망인줄은 알지만 자꾸 붙잡고만 싶은 아름다운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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