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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한 손으로는 큰 딸 재은이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릴 낚시대를 쥐고, 교회 앞에 있는 북한강으로 갔습니다.
저는 낚시엔 별 재주가 없는 편이라 그저 물에 드리우고, 누어(베스용 가짜 미끼)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낍니다.
제가 수십번 미끼를 던지는 사이에 재은이는 작은 돌멩이를 집어서 연신 물에 던졌습니다.
그 크기에 따라 소리의 음이 낮아지기도 하고,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어른 주먹만한 돌을 던질 때는 낮은 솔음정도의 소리가, 작은 돌을 던질 때에는 높은 미 정도의 소리가 났습니다.
소리의 변화때문인지 재은이는 크기별로 돌을 골라서 이것저것 던져보며 재미있어 했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났을까?
재은이는 돌 던지는 일을 그만두고, 제 얼굴을 닮은 계란형의 돌, 작은 아이 재경이의 얼굴을 닮은 동그란 돌, 엄마의 얼굴을 닮은 이쁜 돌, 그리고 제 아빠의 얼굴을 닮은 크고 못생긴 돌(?)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어른 보기에는 별 의미가 없는 사물들이 재은이에게는 다 의미가 있고, 자기와 재미있게 놀아주는 상대가 되어 있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즐기고 있는 "민들레 꽃 훅 불어 날려보내기 놀이"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재은이에게 흥미를 주는 모양입니다.
숙명여대 부속 유치원에서 좋은 교재와 질 높은 프로그램으로 교육받을 때와 하등 다를 바 없이 산과 들과 강과 꽃과 소, 청둥오리, 원앙이, 물총새, 물떼새가 있는 이곳에서 재은이는 그처럼 예쁘게 자라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경이는 뭘하고 있냐구요?
교인이 가져오신 떡 먹다가 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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