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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설이 남아있던 산은 엊그제 내린 비로 봄맞이 준비를 갖춘듯 했습니다. 도봉산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큰 물 소리를 따라 걷는 발걸음이 경쾌했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느라 쉬는 발치에 어치 한 마리가 날아와 꽁지를 까불며 뭔가를 물고 잽싸게 날아갔습니다. 오봉샘터에서 햇빛 바라기를 하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오 맑은 햇살, 너 참 아름답다' 저절로 노래가 나올 듯 했습니다. 몸의 신비에 대한 이야기를 봄신명에 지펴 걷다보니 어느새 칼바위입니다. 아, 그런데 그곳에 피어있는 꽃이 어찌나 아름다운지.....산 봉우리 부분에만 피어있는 그 꽃은 상고대라고 하는 얼음꽃이었습니다. 나무마다 피어있는 상고대를 바라보면서 생뚱스럽게도 최두석의 <성에꽃>이라는 시를 떠올렸습니다. 새벽 시내버스 차창에 피어난 성에꽃을 보면서, 그 꽃들은 간밤에 그 차에 탔던 사람들의 입김과 숨결이 만나 은밀히 피워냈으리라 생각하는 거지요. 그리고 시인은 그 차가운 아름다움 속에서 오랫동안 함께 길을 걸었으나 지금은 면회마저 금지된 친구를 떠올립니다. 도봉산 연봉에 피어난 얼음꽃은 누구의 입김과 숨결이 만나 피워낸 것일까요? 천천히 천천히 헐벗은 산을 바라보며 내려오는데, 어느 아주머니 두 분이 물가를 걸으며 이러십니다. '나 절로, 너 절로, 절로절로' 그러더니 뭔가 이상하다 싶은지 곁을 지나가는 나를 보더니,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라고 말하십니다. 그래서 나도 그분들을 따라 읊조렸죠. "산 절로, 수 절로, 산수 간에 나도 절로". 우암 송시열의 싯구 가운데 일부이죠. '절로 절로'에 마음이 머물러 삶이 억지가 되지 않아야 할 텐데, 하고 걱정도 했습니다. 요한복음 15장에는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절로 과실을 맺을 수 없다"고 하는군요. 절로 절로 살아가는 생의 비결은 그분 안에서 살아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오늘도 절로 절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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