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지 말아야 하는 세 가지 이유 2007년 03월 12일
작성자 gyber
며칠 간 동경의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느낀 것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지하철 내부가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서울의 지하철이 시설 면에서는 더 새 것이고 좋다. 그러나 서울의 지하철을 타면 꼭 신문 가판대가 역마다 있고, 지하철 안에서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있고, 선반 위에는 여기 저기 신문이 올려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오전 출근 시간을 지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선반 위의 신문의 양은 점점 늘어나고, 퇴근 시간 후에는 어디서나 쉽게 신문을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중간 중간에 종점에서 신문을 수거하고 청소하시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출근 시간에 무료 신문을 지하철 역 입구에서 배포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각종 시사 뉴스와 생활 정보가 실린 신문을 본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면에서 지하철에서 신문 보는 것은 분명 폐해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본인의 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신문의 활자는 매우 작기 때문에 흔들리는 차 안이나, 어두운 조명하에서 보게 되면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 물론 서울의 지하철은 기술이 발달하여 진동이 거의 없고, 실내 조명도 밝은 편이라 별 걱정이 없다고 할 지 모르지만, 눈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신문을 편히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하철 안에서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신문을 보는 것이라면, 다른 대안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것은 어떨까? 분주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의 명상 시간은 매우 필요하다. 아침 출근 시간이라면 조용히 눈을 감고 그날 있을 일들을 계획한다거나, 퇴근 시간이라면 그날 있었던 좋은 일을 회상하거나 좋지 않았던 일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외부 자극에 민감하지만, 자신의 내부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명상의 시간은 꼭 필요할 것 같다. 명상하다 잠이 들어 내릴 곳을 놓칠 위험이 있어서 눈을 뜨고 뭔가를 봐야 한다면, 신문보다 활자가 큰 책을 보는 것은 어떨까? 둘째,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신문은 특성 상 크기가 크기 때문에 팔을 펼치고 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잘 접어서 본다할지라도, 지면을 넘기기 위해서는 크게 펼쳐야 한다. 출퇴근 시간의 혼잡한 공간에서 신문을 보는 모습은 주변 사람에게 분명 폐를 끼치게 된다. 동경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대부분 자그마한 책을 펴서 한 손으로 잡고 보고 있었다. 옆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자신의 몸 안쪽으로 조심스레 잡고 있는 모습이 신문을 크게 펼치고 보는 서울 지하철에서 보는 모습과 큰 대조를 이루었다. 책을 본다면 신문보다 활자가 크기 때문에 눈에 피로도 줄일 수 있고, 공간도 적게 차지하여 더 좋을 것이다. 셋째, 자원의 낭비를 가져온다. 저녁 막차를 타면 지하철 선반은 거의 쓰레기장이다. 어느 칸이건 버려진 신문으로 넘쳐난다. 신문의 재료인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나무가 베어져야 한다. 물론 신문의 재활용률이 상당히 높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나무가 필요하고, 종이를 만들거나 재활용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이 오염되고 있다. 단 하루의 필요를 위해 너무나 많은 에너지, 물자가 소비되고 있다. 낭비도 이만한 낭비가 있을 수 없다. 거실에서 티비 없애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티비에 정신을 빼앗겨 가족간의 대화가 단절된 우리 문화를 비판하며, 대화가 살아있는 거실을 만들기 위함이다.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는 몇 년 전부터 티비를 없애 버렸다. 아이들이 만화 영화에 빠져 티비 앞에만 매달리는 것을 보고는 아예 티비를 없애 버렸다. 그 결과 아이들은 함께 놀거나 심심하면 책을 꺼내 보게 되었다. 집에서는 티비를 없애 듯이, 지하철에서 신문 보지 않기 운동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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