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1-사람이 죽는다. 2007년 02월 26일
작성자 장혜숙
한 주간 동안 텔레비죤 속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실제 상황을 전달하는 뉴속 속에서 전쟁으로, 사고로, 범죄로, 기아로, 질병으로, 자연사로 사람들이 죽는다. 즐겨보는 드라마 속에서 뉴스와 비슷한 내용들로 사람들은 또 죽는다. 특별 상영하는 영화 속에서 역시 비슷한 이유로 사람들이 죽는다. <찰리와 초콜렛 공장>에서 심술궂고 얄미운 역할들이 응징받을 땐 그 방법이 소름끼치게 잔인한데도 아이들은 신난다고 박수를 친다. <연개소문>에서 수나라 몇십만 몇백만 대군이 몰살을 당하면 시청자들은 고구려가 이긴다고 좋아하고, <주몽>에서 주몽과 다물군이 칼을 휘둘러 승리할 때마다 시청자들은 그 승리의 쾌감을 함께 맛본다. 한 사람이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시간과 채널 선택의 한계가 있지만, 많은 사람을 동원하고 어느 기간을 정하여 텔레비죤의 전 채널을 다 모니터해서 통계를 내보면 텔레비죤 속에서 하루에, 주말에, 한 주간에… 몇 명의 사람이 죽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통하여 수도없이 많은 전쟁을 하며 갖은 무기를 다 동원하여 수많은 적군들을 죽인다. 맹모삼천지교를 떠들며 동네에 장례식장이 들어서는 것을 결사반대하는 주부들이 사람이 수도없이 죽고있는 텔레비죤은 거실에 잘 모셔두고 산다. 영상매체를 통한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들 집안에서 사람이 안 죽는 날은 없는 것 같다. 그런 속에서 우린 태연히 살고있다. 이런 의문이 생긴다. 나쁜 사람은 죽어도 되는가? 나쁜 놈이, 적군이, 범죄자가 죽을 땐 생명이 죽는다는 안타까움이 없는가? 죽어도 괜찮은 사람과 죽으면 안되는 사람의 생명은 서로 다른 것일까? 생명에도 이런 이분법이 적용되는 것일까? 실제상황이 아니고 영상이라는 것으로 귀한 생명이 죽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쳐다보는 우리들이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가진 사람들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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