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밥 값 2006년 07월 30일
작성자 장혜숙
< 최소한의 밥값 > 회사 직원들의 비상연락망엔 내가 얼굴도 못 본 사람, 이름도 못 외우는 사람, 속깨나 썩이는 사람도 빠짐없이 끼어있다. 회사에 적을 두고 있는 모든 사람의 명단이다. 이 명단은 기도하는데 필요하다. 그들이 땀 흘려 일하므로 그 덕에 내가 밥을 먹고 살 수 있으니 그들 모두에게 한 사람도 빠짐없이 기도의 화살을 날려야 함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밥값이다. 사는 게 전쟁이란 말이 있다. 직업전선이라는 말도 있다. 삶의 현장이 전쟁터란다. 정말 이렇게 살벌한 말은 없어지면 좋겠다. 어쨌든, 사랑하는 사람을 전쟁터에 내보내는데 굶겨서 내보낼 수는 없다. 갓난 아이가 있어서 밤새 잠을 설치는 것도 아니고, 병든 노부모 수발에 녹초가 된 것도 아니고, 맞벌이도 아닌 전업주부이니 최소한 남편의 끼니는 챙긴다. 주름진 바지를 단정히 다리는 데 3분, 셔츠 다림질에 5분, 구두 문지르는 데 30초. 매일 끼니 챙기는 것 위에 10분도 채 안 되는 이 짧은 시간을 더 얹음은 전적으로 그이의 벌이에 의지하는 전업주부인 내가 지불하는 최소한의 밥값이다. 날마다 기도하고, 교회의 모든 예배에 동참하고, 십일조를 바침은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부끄럽지 않게 몸을 가릴 옷을 주시고, 지붕 있는 집에서 잠을 자게 해주시는 하나님께 대한 최소한의 밥값이다. < 밥값 + 알파 > 사람이 어떻게 겨우 밥값만 하고 사나.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밥값 보다 더 해야지! 회사에 가끔 간식거리라도 가져가고, 제철에 담근 향기로운 차를 가져가고, 집에 불러 내 손으로 지은 밥을 대접하는 사랑도 밥값에 얹는다. 이런 사소한 일이 빡빡한 근무에 아주 부드러운 윤활유가, 지루한 일상에 싱그러운 청량음료가 된다. 일년에 10번 만 챙겨도 훈훈한 사랑이 전달되는데 하루 종일을 다 바친다 해도 365분의 열흘이고, 시간으로 치면 그보다 훨씬 적은 시간이다. 비용으로 따져봐도 수입에 비하여 정말 아주 적은 부분을 투자하고 엄청 큰 효과를 본다. 그런데 이건 장사가 아니라 사랑이다. 사랑을 나누는 것에 무슨 시간과 비용을 계산할 필요가 있을까? 없다! 끼니뿐 아니라 그의 사회생활을 돕는 지혜도 필요하다. 아니. 돕진 못할망정 누를 끼치진 말아야한다. 나의 마음은 참 옹졸하지만, 회사에서 그이의 위치는 위에 자리하고 있으니, 할 수 없이 나는 무조건 손해보고 힘들고 싫은 일을 감수할 각오로 산다. 윗사람이 자기 몫을 챙기지 않고, 받기 보다는 주기를 부지런히 하면 그 공동체가 화기애애하다. 이것은 그이가 회사를 경영하면서부터 깨달은 진리이다. 대부분 아래 사람들은 윗사람에게 줄 것을 잘 챙겨주는데, 윗사람이 계속 받기만 하면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서 썩는 것과 똑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이것을 공동체 운영의 철칙으로 알고 산다. 이것은 내가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 크기는 비록 밴댕이 소갈머리지만 남편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누를 끼치기 싫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덕이나마 자꾸자꾸 쌓아서 남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다. 세상엔 참 할 일도 많다. 내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 싫어도 억지로 해야 할 일, 내가 속한 사회에서 요구하는 많은 일들이 있다. 사회에서 뿐 아니라 하나님도 내게 많은 일거리를 주신다. 생명 주시고 세상에서 살 기반을 마련해 주셨으니 밥값만 해서는 안 된다고 해찰부리는 나의 더딘 일손을 다그치신다. 그리곤 하나님의 일을 할 땐 특별 보너스를 듬뿍 주신다. 필요에 따라 하루에 25 시간도, 26 시간도 허락하시는 특별 보너스. 이렇게 특별 보너스까지 주시는데 밥값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역시 밥값에 알파를 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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