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아름다운 사람들(2) 2006년 06월 22일
작성자 장혜숙
쓰레기를 버리고 주차장 쪽 문으로 들어왔더니 현관 앞쪽 유리문 밖에서 한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달라고 손짓을 한다. 오후 시간인데 경비원은 잠깐 잠이 든 모양이다. 그분은 열쇠를 깜박 잊고 나갔는데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가 경비원이 깰까 봐 한 10분 정도 현관 밖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쓰레기봉투 들고 가는 나의 뒷모습을 보고 돌아올 때는 자기가 보일 테니 열어달라고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하며 그냥 기다리고 서있었단다. 나는 부드러운 슬리퍼를 신고 있었고, 구두를 신은 그 분은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었다. 마치 경비원에게 들키지 않고 지나가려는 침입자들처럼. 참 너그러운 분이다. 원칙을 따지자면 경비원이 근무시간에 잠들어있다니 그건 안 될 말이지만, 잠든 경비원을 깨우는 것이 안타까워 현관 밖에 선 채로 기다린 그 분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가.(우리 아파트는 경비원이 잠긴 현관문 안쪽에 있다.) 이런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는 우리 건물에는 나쁜 침입자가 오지 않으리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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