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미련한 신랑 2006년 03월 16일
작성자 장혜숙
Chadwick, Lynn 'Couple on Seat'. (1989-1990) Picture by Pat/Androom (Jun 1998) 언젠가 머리 염색 약을 칠해 달랬더니 머리카락 뿌리 부분은 1Cm가까이 빼놓고 칠했다. 그 부분이야말로 흰 머리가 새로 자라나오니 철저히 꼼꼼하게 칠해야 할 부분인데. 왜냐고? 두피에 묻으면 건강에 해로울까 봐 그랬단다. 결혼 기념일 다음 날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그런데 장미 99송이를 집으로 배달해 온 그이. 나 떠나면 그 꽃은 무슨 의미가 있나? 돈 아깝게… 뭐하러 이렇게 많이 보내냐고 했더니 꽃 장사가 100송이보다 99송이가 더 좋다고 해서 그랬단다. 질문의 본질을 도대체 이해 못하는 그 미련이란… 오피스텔에서 감기몸살 기운에 신음하다가 혼수상태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흔들어 깨운다. 머리맡에 가습기, 전화 충전기, 밥솥이 어지럽게 놓여있다고, 여기다 머리를 대고 자면 어떡하냐고 다른 방향으로 누워서 자란다. 꿈쩍 않고 누워있으니 자리 옮기고 요 깔고 자라고 자꾸 깨운다. 나는 꿈자리 사나워도 잠이 깨는 것 보다는 그냥 자는 게 더 나은데… 그렇게 걱정이 되면 자기가 발뒤꿈치 들고 숨죽이며 살곰살곰 내 머리맡을 깨끗이 치워주면 안돼나? 약을 사러 가더니 도너츠와 커피도 사왔다. 웬 커피까지? 속이 비었으니 이거라도 먹고 약을 먹으란다. 뜨끈뜨끈하게 마시면 좋을 거라고. 마누라가 커피 좋아하는 것을 알아주는 것은 기특하지만, 그렇다고 약 먹기 전 빈속 면하려고 먹는 것에 커피가 적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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