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왜 우냐고?" 2005년 11월 13일
작성자 박범희
"왜 우냐고?" 이 말은 샘터마을 소개를 하고 자리로 돌아오는 집사람에게 조그맣게 했던 말입니다. 소개를 맡았으면 충실하게 소개를 하고 와야지, 자기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울락말락 했던 것은 듣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 일이 아니냐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후 그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목사님께서 감동적인 소개라는 말씀으로 위안을 주시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 서 본 경험이 적은 사람으로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아버지(저의 선친)와 장인 두 분 모두 치매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기에, 소개하는 도중 그 생각이 나서 울컥하였을 것입니다. 점점 울컥하는 일이 잦아집니다. 이것은 집사람이나 저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작년 겨울이었던가봐요. 제가 교육청 모의고사 출제를 들어가서 지방 어느 콘도의 반(半)을 빌려서 합숙을 하고 있었어요. 일요일이 끼었는데 그 날은 식당의 다른 칸에서 어느 집 칠순잔치가 있었어요. 식사 시간이 되어서 식당으로 가는 도중에 신나게 놀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아들도 나와서 노래하고 딸도 나와서 춤을 덩실덩실 추는데, 이상한 것은 그 모습들을 보면서 제 눈에서는 눈물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쁜 날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말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집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도 이모 칠순잔치에 갔다가 눈물이 나와서 혼났다는 겁니다. 이래저래 부부가 주책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앞에 나가서 소개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는지, 오늘도 자꾸만 도중에 가자고 하더라구요. 부목사님이 다 하실거라고 하면서... 그래서 중간에 나갔다가 부목사님께 걸려서 다시 돌아왔지요.^^ 부목사님께서 놀라셨을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차 안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 마음이 착해서 그런거야"라구요. 나름대로 떨면서 샘터마을 소개를 마치고 돌아오는 집사람에게 격려는 못해줄망정 "왜 우냐고?" 면박을 준 것이 미안해서였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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