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2
2005년도 단기선교를 마치고 약간은 쌀쌀한 날씨가 시작되었다.
계절이 바뀌고 있음이 아침저녁으로 새롭게 다가서는 시점에 나는 다시 Elden Mt.에 오르기로 작정했다.
먼저는 Peter집사와 동행이었지만 이번에는 나 혼자 산을 오르기로 했다. 등산복과 신발을 챙기고 산을 향해 출발했다. 전에는 처음부터 너무 빠른 페이스로 오르다 보니 중간에 2,3번 쉬어야 했는데, 오늘은 페이스를 약간 늦추어 한 번도 안 쉬고 꾸준히 산에 오르는 것이 목표였다. 천천히 출발!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생각 없는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 때 갑자기 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래 이것은 나의 바람. 성령의 바람이야! 지치고 힘들 때마다 불어주는 고마운 바람. 바로 그 바람!
바람을 맞으며 산을 오르는 내 발걸음은 생명의 기운이 충만한 모습의 힘찬 발걸음이었다.
그렇게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약 1시간이 되었을 때 고비가 찾아 왔다.
가파른 언덕길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내 발걸음 또한 무뎌지기 시작한 것이다. 바람은 어디로 갔는지 한 점 불지 않고 무더위가 나를 괴롭혔다. 나는 마음속으로 찬송가를 부르며 힘든 발걸음을 떼어 놓고 있을 때. 영화 "The passion of the Christ"속에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길을 오르는 예수님의 모습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2000여 년 전 예수님을 생각해 보았다. 왜, 무엇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셨나. 그냥 이렇게 걸어서 오르기도 힘든데...
그 때 주님의 음성이 내 귀에 들렸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그래 내 곁에는 늘 항상 주님이 함께 하시고 있지. 힘을 내자. 그렇게 다시 걸음을 떼어 놓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 사람들은 어떤 무거운 짐을 지고 갈까? 나에게 있어 무거운 짐은 무엇일까? 살면서 부딪치는 삶의 짐? 아님 내 육체로 인해 고민하고 아파할 수밖에 없는 짐? 풀리지 않는 의문을 담은 채 걷고 또 걸을 때였다. 그래 주님은 내 마음의 짐을 벗어 버리라는 거야. 내가 만들어 내 거라고 우기던 어둠, 빛, 형상, 그리고 내 자신까지도 지금 내려놓기를 바라시고 계신거야! 그리고 온전히 하나님만을 바라고 아버지께로 돌아오라는 뜻이 이 말씀에 있는 거야.
그 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환하게 열리더니 별들이 마구 쏟아지는 것이었다. 별은 어린아이 적에 항상 선망의 대상이었고, 꿈이었다.
이 곳 Flagstaff은 별들이 유난히 많이 선명하게 보이는 도시다. 밤하늘의 별은 은하수와 더불어 환상을 자아낼 정도다. 특히 Lake Mary에는 태양계 행성 중 마지막 행성인 명왕성을 발견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대낮에 별들이 쏟아지다니 믿기지 않았다. 내 눈이 5.0의 시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낮에 별을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지금 그 별들이 나를 향해 마구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예전에 바다 사람들은 하얀 낮에도 별을 보고 항해를 하였듯이 오늘 나에게 보여주시는 이별들은 하나님이 나의 갈 길을 보여주시고, 지시하시는 Sign임에 틀림이 없다. 별은 가슴에 담기고, 하늘은 눈에 담기고, 나의 발걸음은 정상에 서 있었다. 내 마음 속에 담긴 별들은 사랑으로 속삭이며 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주님 이 죄인이 주님 뵈오려 나아옵니다. 주님의 숨결을 느끼려 나아옵니다.”
그 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내 얼굴의 땀을 닦아주고 있었다.
산, 바람, 그리고 별.
나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Eden 동산에 서 있다. 태초에 말씀으로 창조하신 그 세계에 아무 부끄럼 없이, 짐도 없이 그렇게 벌거벗은 채 주님과 마주하고 있다. 행복, 사랑, 감사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영원히 주님과 함께...
‘그래도 내 십자가는 내가 지고 가야지. 내 십자가는 바로 산 아래 있거든’
하산 길에 올랐다. 내가 사는 이곳은 사막의 한 가운데. 그런데 내려오던 중에 길을 잃었다.
옛 말에 이르기를 (궁즉변)窮則變하고, (변즉통)變則通하면, (통즉구)通則久라. 궁하면 막히면 내가 변하고, 그렇게 변하면 통하게 되고, 그렇게 통하면 천국(진리)에 이르게 된다고 했던가?
마치 사막 한 가운데 서 있는 듯 한 내 자신을 바라보며 ‘주님의 인도하심’을 기도했다.
그리고 조심조심 내려온 그 앞에는 내 삶의 자리가 태연이 아니 평온히 나를 반기고 있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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