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한강 조망권과 바람길. 2005년 08월 19일
작성자 장혜숙
이사한 후에 알게되었는데, 그동안 본의 아니게, 나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큰 죄를 지었구나하고 느꼈다. 먼저 살던 집은 아침에 한강에 떠오르는 해를, 저녁이면 일몰을 볼 수 있는 전망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누구는 ‘한강 라운지’라고도 하고 누구는 ‘스카이 라운지’라고도 하는 전망좋은 집이었다. 창밖으로 한강을 바라보며 자주 모네의 그림을 생각하곤 했었다. 지금 집은 24층, 역시 창밖이 탁 트인 집이다. 제법 푸른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눈을 멀리주면 건너편에 아파트가 병풍처럼 둘러쳐져있다. 그 아파트만 없다면 아마 먼데 산이 보이고 아주 멋질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작은 깨달음이 온다. 먼저 집, 그 아파트를 내려다보는 흑석동 윗동네 사람들은 아마도 ‘저 아파트만 없으면 우리도 한강을 볼 수 있을텐데…’ 이런 생각을 하였을 것 같다. 그것은 한강조망권 아파트에 살면서 전혀 생각지도 않던 일이다. 미술관에 갔을 때, 키 큰 사람들의 그룹이 앞에 무리지어 버티고 서있어서 그저 그들의 뒤통수만 보고 정작 그림은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던 경험은 종종 있었는데, 내가 살던 집이 다른이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도 않고 조망권의 혜택을 누리기만 하고 살았었다. 그것이 내 죄인가??? 아파트를 그렇게 지은 것은 물론 내 죄는 아니다. 그곳에 살게 된 것도 죄는 아니다. 그러나, 내가 사는 집이 다른 사람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는 미안한 마음 한번도 먹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죄인 것 같다. 전망 좋은 집을 짓는 것, 그 집에 사는 것은 누구나의 꿈일 것이다. 그러나 아주 조금 더 생각해야한다. 한강변 아파트를 병풍처럼 강과 나란히 수평으로 짓지는 말았어야지!!! 비록 조망권을 가리더라도, 최소한 강바람은 소통하게 해줬어야 한다. 강변을 따라 세로로 집을 지었더라면 그 건물들 사이로 강바람은 강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날아다닐 수 있었을텐데………… 이제 한강변은 모두 점령당했다. 나 또한 일찍부터 그 점령군에 가담하여 오랫동안 특권을 누려왔다. 그 일 때문에 방해받은 이름모를 이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잔뜩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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