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날궂이 2005년 06월 15일
작성자 chs


Fish Market, Eugène-Louis Boudin, Musee d'Orsay Painting - watercolor and charcoal on paper

날궂이 정철훈 (국민일보 국제부 기자) 찬비 후둑이는 시장통 살아보자는 살내가 훅 끼쳐오는 그곳은 늙은 개가 엎디어 어둠보다 어둡게 졸고 있는 곳. 과일가게 지나 훈김 오르는 만두집 지나 끝으로 가면 뉘라도 취할 수 있는 대폿집이 있어 양말을 벗고 귀뙈기를 청하는 양복점 주인 비를 피해 들어온 노동자 부부는 말없이 깍두기 붉은 국물을 국밥에 붓는다. 세상의 끝도 오늘처럼 흐릴 것인가. 농을 건네던 술꾼도 가고 순대 써는 아낙의 서툰 화장도 줄줄 흘러내려 무엇이 오늘도 글러버렸을까 젓가락을 탁자에 탁탁 부딪쳐본다. 소낙비는 발목 근처를 그렁거리고 살아보자는 사람의 비린 맹세가 비에 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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