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어제는 이상한 날. 2005년 04월 26일
작성자 장혜숙
전날 시골에서 돌아오니 밤 9시. 집으로 갈까, 오피스텔로 갈까 망설이다가 일을 좀 더 하고 자려고 무거운 다리를 끌고 오피스텔로 갔다. 자정넘도록 일을 하고, 이른 새벽 집에 가려고 억지로 일어나 우선 딸에게 모닝 콜을 보냈다. “오늘 병원에 가는 날이라 도시락 안 싸요. 11시까지니까 일찍 안나가도 돼요. 엄마 천천히 오세요.” 딸의 이야기를 듣고는 지난 밤에 하던 일을 계속하려고 컴퓨터를 켰다. 웬일인가? 분명히 정상적으로 끄고 잤는데 컴퓨터가 다운돼버렸다. 다시 누워버렸다. 좀 자려고 벼르고 눈을 감았지만 커튼을 하지 않은 동향의 오피스텔엔 사정없이 햇빛이 쏟아져들어왔다. 뒹굴거리다가 일어나 천천히 집에 갔다. 오피스텔에서 집으로 가면 나는 언제나 들어서면서부터 파출부처럼 일한다. 집으로 가는 버스 속에서 해야할 일들의 순서를 정리하였다. 그런데 집에 오니 아파트 물탱크 청소하는 날이라 한나절 단수를 한다. 빨래도 못하고, 물을 써야하는 부엌일도 못한다. 집의 컴퓨터를 켜서 윤장로가 보낸 글을 점검하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됐다. 저장도 안 한 상태인데 예고도 없이 정전이 되다니…… 왕짜증! 화가 난 내가 저절로 용수철처럼 의자에서 튕겨져 일어섰다. 순간 번개처럼 스치는 생각. “얘, 뭘 그리 화를 내고 그러냐, 좀 쉬거라.” 일을 하는데 사용하는 도구는 아무것도 쓸 수가 없게되었다. 세탁기, 진공청소기, 컴퓨터, 다리미……. 심지어 전화기까지도 사용할 수 없게되었다. 아하! 이런 날도 있구나! 침대에 벌렁 드러눠 버렸다. 포근하고 아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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