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작은 불씨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듯이 2005년 03월 02일
작성자 박범희
어제는 이화여고 선생님들 몇분과 함께 계원예고 음악회에 갔습니다. 콧대높은(?) 제가 존경하는 몇 안되는 분 중 하나인 심치선 교장님 정년퇴임 음악회였습니다. 정식 명칭은 '심치선 교장 선생님 교직 52주년 기념 음악회'로 명칭에는 퇴임이란 말이 들어가지 않았어요. 아마 기념음악회와 퇴임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아서였을까요? 심치선 교장님은 1995년 2월 이화여고 교장직을 정년퇴임하시고, 1996년부터 2005년 2월까지 만 9년을 초빙교장으로 계원예고에 계신 것이었지요. 저도 자세한 연세는 모르지만 대략 76세 정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오래 교장하신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분과 6년동안 함께 한 저의 생각은, 건강만 허락하신다면 더 하셔도 괜찮다는 생각을 할 정도입니다. 제가 참 닮고싶은 분입니다. 원래 발이 넓은 분이라 많은 손님들이 오셨기에 눈도장이나 제대로 찍을 수 있을까 염려했지만, 역시 마음씀씀이가 보통인 분은 아니신지라 그 많은 사람들 일일이 인사하시며, '박범희도 이리와 사진찍자'는 말씀에 약간은 놀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물론 우리 일행들을 일일이 부르시며 그 과정에서 하신 말씀이었지요. 언제나 박선생, 박선생 하던 분이었는데. 박범희 하시다니. 우리 일행 중에 내가 막내였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친근하게 부르신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런 말이 있나요? "마누라가 좋으면 처가집 개도 좋아보인다" 없음 말고요. 여하튼 교장님을 좋아해서인지, 그날따라 행사장 곳곳에서 안내를 맡은 선생님들과 용인아저씨들, 학생들 모두 천사처럼 보였어요. 행사장에서 본 몇 가지 기억나는 일들 하나. 행사장 입구에 늘어서있던 화환들 중 하나-이화여고 기능직 사원 일동. 이화여고 용인 아저씨, 아주머니들께서 보내주신 것이었습니. 심교장님이 가장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에게 많은 정을 주셨음을 바로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10여년 전 제가 이화에 근무할 때도 용인아저씨들을 2번에 걸쳐 제주도 여행을 보내주셨던 일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항상 존대말로 따뜻하게 대하시고. 게다가 그분 이후의 교장이 그분들을 종부리듯(?) 하셨으니, 너무 대조되어서 더욱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둘. 음악회를 지휘한 김성용 선생님의 교지에 쓴 글 중 일부 <하나님의 진리등대> 심치선 교장선생님께 드립니다. 심치선 교장 선생님의 교직 52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찬송가 '하나님의 진리등대'를 오케스트라곡으로 아름답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10년에 가까운 세월을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모두의 등불이 되어 주셨습니다. 등대는 어둔 밤에 빛나는 빛을 내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하지만 선생님께서 걸으신 길은 낮과 같은 때에는 등대처럼 외롭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한 선생님의 교직 52년의 모습을 생각하며 기념하고자 합니다. 어느 등대보다 힘차고 더욱 찬란한 불빛을 생각하면서... 제가 보기에 글이 좀 엉성하기는 하였지만 교장 선생님의 외로움까지 걱정해주는 따뜻한 마음이 좋았습니다. 한곡 한곡 마칠때마다 환한 웃음으로 청중에게 인사하는 참 착해보이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이외에도 교장님을 만날 때마다 '사랑합니다'를 밝게 외치는 예쁜 학생들, 교지에 실린 선생님들의 글에 담긴 아쉬움. - "이제 교직에 있는 동안, 선생님의 큰 마음에서 나온 몸짓과 생각을 닮으려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 모두가 좋아 보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참 '큰 분'이란 생각이 듭니다. 워낙 좀팽이들이, 무사안일한 인간들이 판치는 세상이기에 더욱 커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따뜻함이 주변을 따뜻하게 만든다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1학년 신입생을 맞게 됩니다. 올해도 1학년을 맞게되었습니다. 28일 마지막으로 작년 1학년 우리반 아이들을 만나서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게 있어서 작년은 행복한 한 해였다. 너희들이 있었기에 행복했다. 납부금도 잘내고, 결석도 거의 없고, 들어오는 선생님들에게 칭찬받고 등등" 내년 이맘때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올해처럼 이런 저런 이유를 달지 않고, "너희들이 있었기에 나는 행복했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멋있는 선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