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큰 오빠와 어머니 2005년 01월 09일
작성자 장혜숙
중학교 1학년 때 큰 오빠의 노트를 보게되었었다. 겨울에 친구네 집에서 무를 깎아먹었는데 그 무가 무척 달고 시원했었나보다. 그 때 어머니가 귀를 앓아서 열이 많이 나셨었다. 오빠의 노트에 이렇게 쓰여있었다. "달고 시원한 무를 어머니에게 드리면 좋아하실 것 같다." 지금 어머니는 귀를 앓지 않아도, 고열에 시달리지 않아도 무 뿐 아니라 아주 달고 시원한 배를 마음껏 드실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가끔 오빠가 어머니에게 드리고싶어했던 무를 기억해낸다. 살아오면서 오빠가 어머니에게 좀 소홀한 듯 싶을 때 서운하기도 했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오빠가 그깟 무 한 조각 먹으면서도 귀앓이로 고열에 시달리던 어머니를 생각했던 글을 떠올리곤 했다. 그 노트의 메모를 본 이후, 오빠가 어머니에게 아무리 서운하게 해도 나는 오빠를 다 용서하고 이해한다. 어머니도 오빠도 내가 오빠의 이 메모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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