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교회 배너 만들기 2004년 12월 06일
작성자 장혜숙
바느질 시간은 참 즐겁다. 참가자들이 모두 나이를 거꾸로 먹어 여학생이 된 듯한 기분이다. 여학교 때의 가사시간을 회상하며 그 시절의 이야기들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현재의 살아가는 이야기들로 꽃을 피우기도 한다. 첫 작품으로 만든 <평화> 벽걸이는 한 땀 한 땀 기도하는 마음으로 수놓았다. 협동작품은 완성품의 예술성보다는 제작과정에 나누는 교인들간의 사랑에 더 큰 비중을 둔다. 벽에 걸려있는 작품의 각 조각마다에 제작자의 이름표는 붙어있지 않지만 함께 작업한 우리들은 어느 것이 누가 수놓은 것인지 다 알아본다.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담긴 조각천들을 뭇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벽걸이로 걸어놓고 볼 때는 작은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바느질 모임과 신앙생활은 언뜻 보기에 전혀 상관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그냥 바느질이 아니라 교회에서 사용할 배너를 만드는 일이다.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고싶다. 너저분한 거리를 쓸면서 자신이 청소부가 된 신세를 한탄하는 청소부에게도 좋은 의미를 일깨워주면 그는 위대한 청소부가 된다. “당신은 지구의 한 부분을 쓸고 있다”고. 그 말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청소부는 이 지구의 한 부분을 쓸면서 이 지구상에 살고있는 70억 인구를 위하여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헝겊조각에 수를 놓으면서 그 일이 하나님의 집을 장식하는 귀한 일이라는 의미에 중점을 두면 바느질을 하기 위해 오가는 시간이나, 바느질하는 시간이나 노력이 아깝지 않게 될 것이다. 자수 도안을 수놓다보면 그 그림의 의미를 알게되고, 그 뜻이 하나님의 말씀과 이어져있다는 것도 깨닫게 될 것이다. 교회의 일엔 여러종류가 있다. 어느 것은 아주 하찮아 보이는 작은 일, 그래서 그깟일을 하기엔 시간과 정력의 낭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느 것은 대단해 보이는 큰 일, 이럴 땐 내 재주로 어떻게…… 할 줄 아는 사람이 하겠지………이렇게 또 뒤로 물러서게 된다. 그런데 교회 일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듯한 별 것도 아닌 일이지만 조금만 수고하면 여러 사람에게 실제의 노력보다 훨씬 더 큰 기쁨을 안겨주니 말이다. 반대로, 아주 애쓰고 많은 공력이 든 일인데도 단 몇 사람도 그 일에 대해 인식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이 세상일에서 생기면 참 속상하겠지만 이상하게 교회 일에서는 누가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전혀 상관이 없다. 그 일을 하는 과정에 받는 은혜로 충분히 다 보상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절기가 한 바퀴 돌 때까지 계속 새로운 배너를 만들어야한다. 일년간 배너작업을 하는 동안 다양하게 그려진 도안이 성경에 나오는 인물, 사건, 장소, 절기에 대한 이해를 돕게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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