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남편이 쓴 시인데 허락도 안 받고 이렇게 올립니다.
무쇠같은 그이지만 그 가슴 속엔 촉촉하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기운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답니다.
우리 홈페이지가 좀 삭막한 것 같아서 이 시를 올립니다.
이 가을이 끝나기 전에 무뎌진 우리들의 감성이 가을 하늘에 구름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라며.........
<당신>
그 언덕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는
당신임에 틀림 없다.
바람에 날리는 저 옷자락과
손을 들어
무언가
자꾸 가리키는 저 모습은
당신임에 틀림없다.
강 같기도 하고
깊은 시간 같기도 하고
출렁이며 흐르는 그것이
어느덧
내 어깨에 내려 앉는다.
그 언덕의 당신은
내 눈으로 들어와
심장을 향해 흘러간다.
2000년 10월 5일
뉴른베르그 카이저부르크 성밑 어느 식당에서 윤석철
<어두움>
밤이 흐르는 것을 보았나요?
알 수 없는 깊은 곳에서
솟아나
내 목까지 감아 돌아
적시고
출렁이고
몸을 맡기면
언덕 저쪽에 닿을 때까지
자유인 것을-
깊음은 거리가 아니고 시간이오,
나는 3상한에서
깊은 숨을 쉬오.
독일 시골 식당 버섯 맛처럼
새로운 발견으로
나를
바라보오.
2000년 10월 5일
뉴른베르그 식당에서 윤 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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