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시작하자 ! 2004년 07월 20일
작성자 장혜숙
하나, 국내산, 유기농산물을 애용한다. 둘, 제철음식을 먹는다. 셋, 가공식품을 삼간다. 넷, 외식을 최대한 줄인다. 다섯, 계획 구매하여 오래 보관하지 않는다. 여섯, 단순하게 조리하여 먹을 만큼 담아낸다. 일곱, 반찬수를 줄여 간소한 상을 차린다. 여덟, 육식보다 곡식과 채소를 즐긴다. 아홉, 생명주심에 감사하며, 천천히 먹는다. 열, 신음하는 이웃을 생각하며 소식하다. 열 하나, 남기지 않고 그릇을 깨끗이 비운다. 열 둘, 최소한으로 배출된 음식쓰레기는 재활용한다. 위에 열거한 항목들은 기독교 환경운동 연대의 생명밥상 수칙입니다. 밥상을 준비하는 사람과 밥을 먹는 사람이 함께 지켜야겠지요. 밥상을 준비하는 이로서 고민은 생명밥상 첫번 째 수칙으로 국내산 농산물을 사고싶어도 쉽게 구입하기 어렵고, 유기농산물은 보통 농산물의 3곱절쯤 비싸다는 겁니다. 네 번째 수칙, 외식을 최대한 줄인다는 것은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집 밖에서 일하는 식구들에게 어려운 일일테죠. 한 예로, 우리 아들이 얼마간 점심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다가 이제는 매식을 합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도시락을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니어서 동료들이 식당에 가는데 영업하는 식당에 도시락 들고 쫓아가서 먹을 수도 없고, 혼자서 점심을 먹다보니 동료들과 어울릴 기회도 없대요. 할 수 없이 동료들과 어울려서 매식을 합니다. 이런 점이 직장인들에게 매식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여덟 번째 수칙, 육식을 삼가는 문제도 좀 신경이 쓰이지요. 육류가 주는 해로움도 많지만 그것의 영양분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나, 육식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하며 건강할 수 있답니다. 중요한 것은 육식을 하지 않는 대신 대체식으로 영양을 보충해야겠지요. 곡물이나 식물로 충분한 영양식을 하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육식을 삼가기만 한다면 영양실조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수칙들은 전혀 어려울 것이 없이 잘 지킬 수 있을 거에요. 국내산 농산물을 구하기는 어렵고, 유기농산물의 값은 감당할 수 없이 비싼데 어떻게 하면 우리가 생명밥상차리기에 동참할 수 있을까요? 사실은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듯하여 글을 쓰게되었습니다. 모두가 말하거든요. 좋은 줄은 다 알지만 비싸서 도저히 사 먹을 수가 없다. 그런 우리도 슬프다. 기독교인들이 벌이는 생명밥상 차리기는 값비싼 유기농산물을 사먹자는 운동이 아니라고 봅니다. 각자의 경제형편이 그렇게 되지 못하는데 무턱대고 비싼 유기농산물을 사먹으라고 운동을 벌일 수는 없잖겠어요? 농약 투성이라해도 그것조차 먹을 게 없어서 굶는 사람이 있는 형편인데요……. 유기농산물은 농약을 뿌리지 않기 때문에 농약을 뿌리는 이웃 농가에서 벌레들이 몰려오고, 일일이 김을 매야하는데 노동력도 부족합니다. 화학 비료나 유전자 조작 등의 방법으로 대량 수확되는 농산물에 비하여 그 수확량이 적으므로 생산원가가 높을 수 밖에 없고요. 그러나 한 삼년 정도만 견뎌내면 자연 퇴비를 뿌리고 김매는 우리 본래의 농사방법으로 작물들이 더욱 건강해지는데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해 유기농 농사를 시도했다가 포기하는 농가가 많다고 합니다. 또한 유기농제품 공인을 받으려면 재배에서부터 수확 운송 저장까지 엄격한 규정을 지켜야하는데 그 과정에서 추가의 인건비와 경영비가 들기 때문에 판매가격이 비싼 거래요. 처음 시작하여 농사의 생산성도 떨어지는데 이러한 행정적인 규정에 맞추기가 어려워 판로가 막혀서 포기하는 농가도 많다는군요. 그러면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생명밥상 차리기의 발걸음을 떼야 할까요? 웰빙 바람을 타고 날개돋힌 듯이 팔리는 비싼 유기농 농산물을 사먹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기업화되어 돈을 많이 번, 판로가 개척되고 성공한 브랜드의 상품을 비싸더라도 믿고 사먹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좋은 뜻에서 유기농을 시작했으나 위에서 설명한 그 고비를 견디기가 어려워 포기하지 않도록 유기농법으로 농사짓는 농가를 우리가 도와야죠. 작황이 좋지않은 유기농산물을 미래를 보고 사주고, 판로개척이 어려운 농가의 제품을 직거래로 연결하여 구입하는 일, 그래서 어렵게 시작한 유기농작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바로 우리의 일이 아닐까요? 좋은 줄은 알지만 비싸서 못사먹는다는 말로 피하지 말고 방법을 찾아보면 농사꾼에게도 우리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을 겁니다. 영세한 작은 농사꾼들을 돕는 일, 큰 장사꾼이 아닌 참 농사꾼을 돕는 일로부터 우리의 생명밥상 운동이 시작되어야한다고 봅니다. 요즘은 웰빙 바람이 불어서 유기농산물이 불티나게 팔린다니 판로걱정은 안해도 될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실구매자인 우리들에겐 감당하기 어렵게 비싼 가격이니 직거래를 통하여 구입하는 것이 아무래도 값이 쌀 테죠. 이제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생명밥상 차리기를 바로 시작해야겠어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법은 환경을 망가뜨리지 않아요. 때문에 환경 복구 비용은 들지 않게 됩니다. 그러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유기농법이 더 경제적인 셈이죠. 지금 조금 비싼 것 사먹는 것이 미래를 위한 저축이라고나 할까요? 참, 한 가지! 유기 농작물은 새로운 농법으로 농사지은 신비의 명약이 아니랍니다. 예전에 농사를 시작했을 때 그러했듯이 자연퇴비 주고 손으로 김매는 농사법으로 지은 <해롭지 않은 농산물>입니다. 그것을 먹으면 특별히 좋은 농산물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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