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산에서 내려올 때 2004년 06월 04일
작성자 장혜숙
“남편이 돈 많으신가요?” “왜요? “올라갈 때는 걸어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헬기 타고 내려오세요.” “???” 정형외과 의사는 산에서 내려오는 것에 대한 무릎 부담을 경고한다. 무릎 à 무릎꿇다 à 좌절. 무릎에서부터 시작된 생각이 이런 순서로 진행된다. 좌절이라니? 무릎과 좌절이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먼데……… 근래에 몇 번 등산을 했다. 올라갈 때는 숨이 가쁘고 내려올 때는 무릎이 아프다. 운동부족일 것이다. 그런데 별 생각않고 있는 무릎아픔이 저 아직도 아픈 상태이니 잊지말라고 은근히 신호를 보낸다. 문자 그대로 은근하다. 훈련이 되면 저절로 나을 것이라고 쓸데없는 믿음을 굳힌다. 이럴 땐 미련하게도 믿음이 강하다. 까짓것 뭐 그대로 등산을 계속하면 익숙해지고 적응되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될거야…. 까짓 무릎이야……. 사람들은 성공의 상태를 정상에 선 것으로 말한다.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건 정말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정상을 정복한 산악인이 하산하지 못한다면 그는 절반의 성공만 거두었을 뿐 완전한 정복이라 할 수 없다. 잘 하산하여 생환해야만 그는 산을 완전히 정복한 것이 된다. 언제나 산에 오를 때보다는 산에서 내려올 때가 힘들다. 오를 땐 악착같이 두 손발 다 동원하여 기어오르다보면 어느덧 정상에 서있게된다. 그러나 내려올 땐 올라갈 때와 달리 두 손의 도움없이 두 발로서만 조심조심 내려와야 한다. 곤두박질 치는 것도 내려올 때의 일이다. 우리네 삶에서도 오를 때보다는 내려올 때가 힘들다. 너머지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고, 앞으로 곤두박질 치지 않고 조심조심 잘 내려와야함은 등산과 마찬가지이다. 산의 정상에 오른 자가 으쓱하여 교만해지고 거드름을 피우다 하산할 때를 놓치면 해는 이미 지고 깜깜한 산중에서 길을 잃고 조난을 당할 위험에 처한다. 바로 몇 시간전에 정상을 정복하여 얏호~를 외치던 기세는 꺾이고 길을 잃은 두려움 어둠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고지에 오른 자가 스스로 내려올 때를 알지 못하면 하산할 때를 놓친 산악인과 다를 바가 없다. 인생의 고지란 어떤 곳인가? 각자가 나름대로 정한 어느 곳일 게다. 더불어 사는 세상 속에서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통하는 어느 곳일 게다. 그런데 참 많은 사람들이 이 “보통 사람끼리 무난히 통하는 상식”에 대해서 무지한 듯하다. 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산에 오를 것이다. 숲이 우거진 푸르른 산에. 그리고, 내 인생의 고지를 향하여 열심히 오를 것이다. 나는 고지를 정복할 수 있을까? 물론 내가 말하는 “정복”이란 뜻은 “정상에 오른 후 무사히 하산을 마치는 것까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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