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부활의 기쁨 2004년 04월 10일
작성자 권혁순
정말 오랫만에 이 곳에 글을 쓰게 됩니다. 미국에 있을 때는 자주 글을 남겼는데, 한국에 돌아 온 이후로는 매일 홈페이지에 들어오면서도 글을 남기지 않게 됩니다.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오늘 드디어 글을 남기고 싶다는 충동이 절정에 달해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한가한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몇 시간 후에 방송국에서 제 수업을 녹화하러 온다는데, 수업 준비도 아직 안되어서 마음은 바쁘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이 생겼습니다. 교육과정평가원에 있는 후배의 부탁으로 초등학교 과학 실험을 설명하는 동영상 작업을 몇 달 동안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몇 시간 동안 녹화 작업도 하여 제 얼굴이 인터넷을 통해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영상에 자막을 넣는 작업을 지난 주중에 하다가 드디어 그저께 마무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15개나 되는 동영상을 일일이 다 보면서 몇 분 몇초 위치에 어떤 자막이 들어가야 하는가를 써서 주어야 했습니다. 모니터에 아래 한글 파일 열어 놓고, 그 위에 동영상 화면 띄우고 시간 나오는 것 보면서 적당한 설명 자막 쓰고 하는 작업을 몇 시간 동안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컴퓨터가 멈추었습니다. 물론 종종 있는 일이지요. 능력이 딸리는 컴퓨터에게 너무나 많은 일을 시키니 얘도 힘들어하죠. 늘상 하듯이 재시동을 했죠. 아래한글은 불시에 작업이 멈추어도 새로 시작하면 조금 전에 임시로 저장했던 화일이 열리게 되어 있는 편리한 프로그램입니다. 컴퓨터가 다운되는 일을 몇 번 겪은 사람들은 컴퓨터가 알아서 수시로 저장을 하도록 옵션을 지정하기도 하고, 본인도 자주 저장을 합니다. 그래서 평소처럼 그러려니 하고 아래한글을 시작했는데, 임시 저장 화일이 있다는 메세지가 뜨지 않았습니다. 탐색기로 임시 저장 화일을 찾아도 나오지 않고요. 다행히 5분 전에 저장된 화일이 있어서 열었는데, 화일 형식이 잘못되었다는 메세지만 뜨고 열리지 않았습니다. 이럴수가, 그 때의 시간이 새벽 1시 30분. 몇 시간 동안 작업한 것을 열어 볼 수 없는 것입니다. 분명히 탐색기에는 화일 이름이며 크기가 남아 있는데 말입니다. 다른 컴퓨터에서 열어 보려고 화일을 복사하려 했더니, 그것 마져도 안되고.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리 저리 제가 아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아도 안되어서,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방법이 있을까하고요. 그러나, 복구 방법은 없더군요. 화일 복구를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10만원을 내면 화일을 복구해 준다고 하더군요. 복구가 안되면 돈을 받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화일을 복사할 수도 없으니 그 곳에 보낼 수도 없고, 하드 디스크를 통째로 보내는 수밖에 없더군요. 이리 저리 고민하다 새벽 4시가 되어 그냥 집으로 돌아 갔습니다. 컴퓨터도 좀 쉬고 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요. 그러나 다음날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약속한 날짜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 것 말고도 다른 일로 또 밤을 새야 할 판인데, 이 작업을 또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제 일을 도와 주는 학생에게 부탁하기로 하고 그 학생에게 처음에 작업하던 화일을 주려고 했습니다. 자료실에 화일을 올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잘 올라가지 않아서 중단했는데, 자료실에 보니 그 화일이 올라가 있더군요. 그런데, 화일 이름을 보니 자료를 잘못 올렸더라고요. 원래 올리려던 화일은 '자막1.hwp'인데, 실수로 '자막2.hwp'를 올렸어요. 자막1.hwp는 전날 작업한 화일이고, 자막2.hwp가 새로 하루 종일 작업했는데 저를 속 상하게 했던 문제의 화일입니다. 문제의 화일이라 자료실에 업로드하는데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혹시나 하여 자료실에 업로드 된 화일을 열어 보았는데, 신기하게도 열리는 것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여도 열어 볼 수 없었던 화일이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정말 기쁩니다. 그래서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이 곳에 글을 남깁니다. 2천년전 몇 몇 사람들이 경험한 기쁨은 이것보다 더한 것이었겠죠? 이제 방송 녹화할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실험실로 가야합니다. 오후에는 열심히 강의하고, 밤 늦게 서울로 돌아갑니다. 오늘 성가대 마지막 연습이 있을텐데, 함께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지휘자님께 해야겠군요. 내일은 더 큰 부활의 기쁨이 가슴에 다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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