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아내는 남편에 속해있는가? 2004년 03월 17일
작성자 장혜숙
남편의 출장길에 따라가서 좋은 대접을 받았다. 그이를 따라다니면 맛있는 음식에 정중한 예의를 갖춘 대접을 받는다. 선물을 받을 때도 있다. 그이의 거래처 사람들은 나를 만나보지도 않았으면서도 내게 선물을 보내온다. 그이 회사 직원들은 나를 절대로 ‘아주머니’나 ‘아줌마’ 그런 호칭으로 부르지 않는다.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사모님이라 부르는 호칭에 어떤 존경심이 담겨있는 것이 아님을 안다. 그저 편리한 호칭일 뿐이다. 좋은 차례에는 나를 먼저 세워주고, 어려운 차례에는 뒤에 세워주며 나를 대우해준다. 이런 대접이나 대우는 순전히 내가 그이의 아내이기 때문에 받는 대우이다. 그이와 관계된 이들로부터 선물을 받는 것도 내가 그이의 아내이기 때문에 받는 것이다. 내가 그이의 아내가 아니라면 받을 이유도 없는 대우이다. 좋은 대접을 받거나 값진 선물을 받을 때 가끔 이런 생각들을 해본다. 내 이름표를 붙인 나, 그이의 아내가 아닌 나, 자연인 나로서도 이렇게 좋은 대접을 받고 값진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좋은 대접과 값진 선물을 받을 기회는 많이 있겠지만, 주는 이들은 나와 직접 관계있는 사람들이지 남편과 관계있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다. 내가 그이의 아내이기 때문에 그이와 관계있는 사람들이 내게 좋은 대접을 해준다면 나는 그들에게서 대접받은 만큼 남편에게 좋은 대접을 해줘야한다. 남편과 관계있는 사람들에게서 값진 선물을 받는다면 남편에게 그 선물값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한다. <나>이기 때문에 받은 대접과 선물이 아니라 <그이의 아내>이기 때문에 받은 것이니까. 남편으로 인하여 좋은 대접을 받고 다니고, 가끔 좋은 선물도 받으면서 남편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저 남편에게 속해있기만 한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 남편이 아니더라도 나는 나 자신으로서 존재한다. 그리고 내 몫의 값을 치른다. 받은 값만 치른다면 나는 남편에게 속한 사람으로 그칠 것이다. 받은 것에 상응하는 값만 치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내가 먼저 베푸는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므로써 나는 남편에 속해있지 않은 나로서 존재한다. 내게 대접을 잘 해주었거나 그렇지 않았거나를 가리지 않고, 남편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위해 수시로 기도의 화살을 날린다. 그 이름과 가족 사항까지 다 알고있는 사람들, 성만 알고 이름은 모르는 사람들, 신상에 대한 아무 내용도 모르지만 남편과 관계가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잊지않고 기도의 화살을 날린다. 그렇게 날린 화살이 내게 다른 형태로 돌아올 때 비로소 나는 남편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게 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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