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청파교회 2003 김장 소묘. 2003년 11월 27일
작성자 장혜숙
2003년 김장은 임정자 권사님의 울력 호소의 전화로부터 시작되었다. 한 시간이 넘는 동안 여기저기 전화를 하신 후에도 확답을 받은 곳이 많지 않아 염려하던 권사님의 걱정과는 달리 25일에 일하러 나온 교인들은 많았다. “큰일났네, 나올 사람이 별로 없어서….” 권사님의 작전멘트인지 실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요 말 한 마디에 마음이 약해져서 다른 스케줄을 포기하고 나온 교인들이 많았으니 권사님의 울력모집은 성공한 셈. 김장 이브(전야라고 할까, 아닌데, 밤에는 안 하고 낮에만 했으니)에 우리가 한 일. 우리 몸통보다 큰 배추, 앉아서 다듬는 사람들은 배추의 크기와 무게에 눌려 낑낑 댄 반면, 허리를 굽혔다 폈다 반복하며 깊은 통속에 배추를 절이는 팀은 마치 배추를 공깃돌 다루듯 가뿐히 다루었다. 힘을 쓸 수 없는 분들은 각종 양념을 다듬었다. 대파, 쪽파를 다듬고 마늘을 까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다듬은 것을 씻고 가지런히 간추려서 썰고, 전 날의 준비는 이렇게 마무리 한 후 모두들 내일을 기약하며 귀가. 드디어 김장 당일. 밤새 절은 배추는 알맞게 잘 절여졌다. 곽권희 백혜숙 문영혜 집사님, 곽혜자 권사님, 권미정 님, 그리고 절이는 일을 거든 분들의 땀은 바다소금보다도 더 큰 몫을 했음이 분명하다. 머리가 휙휙 잘 돌아가는 일부 속장님들이 속회를 교회에서 모이기로 정하여 뜻하지 않은 인력까지 끌어들였다. 그런데 이 작전이 대 힛트! 안경숙 집사님, 당신은 이제 찍혔어! 확실한 김장 멤버인 것, 내년에도 잊지마시기를. 한 번 멤버는 영원한 멤버. 김장날의 역사적인 기록은 불행히도 활동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읽어서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오직 참여한 자들 끼리만 통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가 한 보따리이다. 이제 그 아리송한 비밀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조OO권사님의 여보! 유일한 청일점으로 어제 참 힘 많이 쓰셨어요. (‘조OO권사님’은 타이핑 오타임. 차집사님으로 정정해야 함.) 김치에서 특별한 맛이 난다면 아마도 조병주 권사님의 O 때문이 아닐까… 밥이 이것과 섞이면 단 맛이 나는데…… 권사님은 절대로 안 튀었다고 하시니 믿어야지! 연약한 여인은 입보다는 몸이 더 많이 움직였음이 확실함을 김인걸 권사님께 증명하나이다. 절대로 수다 안 떨었음. 몸을 아끼지 않았으니 혹시 여기저기 삐걱거리면 잘 주물러주세요. (문영혜 집사님, 미제 신발 다 버렸음, 아까워라.) 배추 절이기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등장한 곽권희 집사님. 대중 앞에서 강한 자는 뒤에서 남몰래 눈물 흘리는 법. 아마도 밤새 뒤척뒤척 몸과의 외롭고도 괴로운 투쟁을 벌였을 듯. 그러나 내년은 또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주세요. 배삼순 권사님, 대신 보내주신 일꾼은 정말 일 잘했습니다. 큰 상 내려 주소서. 미정씨의 가녀린 몸에서 어찌 그리 큰 힘이 나오나요? 어려서 인삼 녹용 많이 먹였어요? 배추 절이는 일에 한 몫 단단히 했답니다. 뭐가뭔지 멋모르고 덤빈 것 같지는 않던데요. “이 사람이 오긴 올텐데 아마도 세 사람이 한꺼번에 올 것이다.” 예상대로 분명히 세 사람이 오긴 왔다. 해인이 대신에 조장로님이 오신 것이 빗나가긴 했지만. 송양진권사님, 배추 속넣기하면서 앞치마 값도 못 뽑았는데, 고무장갑에 묻은 양념값만 낭비하고 슬그머니 줄행랑………(명예훼손으로 소송할지도 모르겠네요, 봐주세용!) 김장은 부목사님 사모님 혼자서 다 했다! 시다바리(죄송, 정말 죄송!)에 허리가 휠 지경이었을 게다. 그런데 왜 혼자서 일을 다 했냐면, 우리는 일을 열심히 한 결과를 앞치마가 깨끗하냐 더럽냐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앞치마가 제일 더러운 분이 바로 이 분이었으니… 부목사님, 어제 하루종일 아기 보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어요. 그런데 근무시간에 애기만 보면 어떡해요?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억울하실까. 한장로님은 김장 때문에 괴로움꽤나 당하셨을게다. 우리의 호프, 김장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 돼지도 잡고 소도 잡아 오느라고 애쓰신 임권사님이 끙끙 앓는 소리에 아마도 밤새 잠을 설쳤을 테니까. “주방장 남편은 아무나 하나 # ~” 몸이 말이 아니게 힘이 든 백혜숙집사, 기사회생 발군의 힘으로 잘도 버텼다. 당분간 교회에서 백집사가 안 보이면 모두들 문병갈 준비를 해야한다. 떼거지로 몰려가서 밥 얻어먹고 와야지! 그것 무서우면 몸져 눕지말고 계속 얼굴 보여주. 누구, 수원보다 더 먼 곳에서 온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최숙화 권사, 최영혜 집사, 그러고 보니 역시 최씨들은 독하군! 최권사의 배추속 무우채 양념 비비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과연 악바리다. 절대 양보 안한다. 최영혜 집사님은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 버리세용. 그리고 남편을 그렇게 집에 혼자 버려두고 나오면 나쁜 아내랍니다. (내일 못나오니까,하면서 전날 몸을 안 아끼고 일하더니 막상 김장날이 되니까 또 나왔네요. 못 믿어워서…) 참! 박효선 집사님, 어제 무슨 일 있었어요? 너무 얌전하시더라…….. 집안 혼사로 멀리 전라도까지 다녀온 후라 녹초가 되어 다운됐었다면서, 그래도 내가 안 가면 청파교회 김장이 되랴, 두 팔 걷어부치고…….. 그런데, 배추 속 넣을 힘은 있어도 입 뗄 기운은 없었나봐요? 참~내, 평소같지 않게. 요즘 목에 힘 빳빳이 주고 다니는 곽혜자 권사님(이거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물리적인 사실). 그 마음이 하늘에 상달되어 곽권사님이 앞으로도 더욱 씩씩하게 많이많이 봉사할 육신의 건강을 주실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맞죠, 하나님? 씻은 배추쌓기로 현장 퍼포먼스 전시회를 하신 유영남 권사님. 그거 구경시키러 관객을 좀 더 불러모을 걸 그랬어요. 허리가 뻐근하시죠? 권사님은 발젖은 우리들에게 양말 한 켤레씩 주시려고 했는데(그 마음은 다 알아요) 구두쇠 김장로님께서(이 분이 정말 구두쇠이던가?) 오직 유권사님을 위한 양말만 사오셔서………. 저 젖은 발로 버텨서 발이 퉁퉁 불었단 말이에요. 김치에서 혹시 만에 하나 머리카락이라도 나온다면 그건 모두 유경순 집사의 머리카락인 줄 알고 귀히 모셔두었다가, 나중에 유집사가 유명해지면 들고 가서 아는 척 할 것. 아닌가? 이춘희씨가 빌려준 모자 때문에 유집사 머리카락은 절대로 자리이동을 할 수 없이 모자 속에 꽁꽁 숨어있었다고? 속넣은 배추 열심히 날라준 공은 어디가고 이런 중상모략만 하다니… 그러나 유집사가 소리 버럭 지르며 대들지 못할 목소리인 것을 내가 이미 알고 있느니… 이춘희씨, 모자 벗고 갑자기 드러난 아줌마 파마머리, 뭘 그리 부끄러워할 게 있담, 자기가 아줌마인 것은 기정사실인 것을. 교회 가까이 산다고 툭하면 불러내지? 먹을 것 있을 땐 안 부르고, 할일 많을 땐 꼭 부르고…… 일 복도 많으면 좋은 것이여. 불러주는 사람있으니 행복한 것이여. 백묘현 문복순 김필순 이갑재 최종원 김혜권 또……권사님들. 김장현장에서 현역으로, 백그라운드인 주방에서 30여명의 식사준비에 온몸을 불살라 열심히 일하신 당신들 떠나라! 찜질방으로! 일거리가 있는 곳마다 늘 머슴처럼 빠짐없는 구 장로님, 전도사님 인솔하실거죠? 조장로님이 주신 후원금이 든든하니 우리 모두 따라붙을 겁니다. 누군가 틀니 빠진 분이 있으면 담임목사님께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할 것이다. 칼로리 높이라고 끈적끈적한 땅콩젤리 주셔서 그동안 틀니 감쪽같이 속이고 있던 사람들을 불안하게 했으니 괘씸죄까지 받으셔야 할지도 모른다. 사모님은 웃는 모습이 일품이에요. 그런데 모나리자 흉내를 낼 필요는 없어요. 그건 안 어울리고요, 활짝 핀 함박꽃처럼 크게 웃을 때가 가장 매력적인 것 알고 계셨나요?(이거 아부 아닌 것 분명함. 왜냐? 사모님한테서 뭐 얻어먹을 게 있다구…) 이야기 보따리를 다 풀어 헤치기엔 지면부족, 쓰는 이의 역부족이다. 죽어라고 일했는데 이름 한번 거론되지 않은 나머지 분들은 축복받을 것이다. 이 지면에서는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한 셈이니 말이다. 우리는 믿는다.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마음은 원이로되 몸이 말을 안 듣는 분들, 시간이 허락치 않는 분들, 그 분들의 기도가 몸으로 일하는 분들에게 활력을 주는 든든한 후원이라는 것을. 김치가 짜다 싱겁다 시다 쓰다 맵다 말이 입안에 도는 분은 그냥 그 말을 김치와 함께 꿀꺽 삼켜버리세요. 맛있다라는 말이 생각나면 그 말은 얼른 입밖으로 뱉어내세요. 아셨죠? 우리 청파교회 김장김치엔 특별한 양념이 추가되었으니 분명히 맛있을 거에요. 땀으로 간을 하고, 사랑으로 양념하여, 봉사로 버무리고, 헌신으로 담가서 기도로 숙성시키니 어찌 맛이 없으랴!!! 가장 중요한 사람이 대미를 장식하는 법. 어떤 말로도 이 분의 노고를 치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차라리 말을 아끼고 그냥 이름 만 불러도 모두가 아!,하고 느낄 것이다. 마지막에 행주빨아 삶고 앞치마 빨아 넣고, 뒷설거지 도맡아 하셨을 분, 이름하여 차혜심 집사님!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