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화장품 정보-오늘 한겨레 신문에서- 2003년 01월 01일
작성자 정숙
“화장품의 진실, 소비자는 알 권리 있다”




“화장품 가게에 가면 도대체 뭘 사야 할지 고민되잖아요. 종류는 수도없이 많은데, 나한테 맞는 게 뭔지 모르겠고,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준다는데 과연 그런지 의문도 들고요.”

화장품은 필수품에 가깝다. 하지만 화장품에 대한 정보는 참 부족하다. 아니, 너무 많아서 헷갈린다. 도대체 어떤 정보가 맞는 것일까


강다이(26·사진 왼쪽부터·회사원), 백승미(30·웹디자이너), 심상희(27·유학준비중)씨는 평범한 여성들이다. 화장품에 남보다 관심이 많다는 것 말고는.

“화장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교환하고, 잘못된 상식을 깨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 페수닷컴( www.pesoo.com)을 운영한 지 4년째. 자신들은 ‘취미생활’이라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한 취미 수준은 아니다. 회원이 9천명에 이르는 이 사이트에는 화장품에 대한 온갖 정보와 ‘진실’에 대한 물음표가 담겨 있다.

사이트에는 관련 정보를 게재한 제품이 4천개에 이른다. 화장품의 성분과 사용법, 나라별 가격, 파는 곳, 어떤 피부에 적합한 제품인지 등은 물론이고, 자신들과 회원들의 제품 사용 후기도 빼곡하다. 자외선 차단제의 성분은 무엇이고 효능은 어떤지, 기능성 화장품은 혹시 효과를 과장하고 있지 않은지 등 회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이들은 국내·외 잡지와 관련 사이트, 책, 학위논문까지 샅샅이 뒤진다. 너무 전문적이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도 많지만, 이들은 “제품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소비습관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보를 찾아보고, 써본 사람 이야기도 듣고, 제조업체 사이트에 들어가 성분도 따져보면 화장품 가게에서 기웃거릴 필요도, 판매직원의 말에 홀려 자신한테 잘 맞지 않는 제품을 구입해서 곤란을 겪는 일도 없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보를 모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국내 제조업체들은 어느 화장품에나 들어 있는 방부제 등 일부를 빼고는 성분을 공개하지 않는다. 심씨는 “외국의 경우 화장품의 성분과 효과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제조성분을 모두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주로 광고에 의존하다보니, 화장품에 대한 ‘오해’가 많다고 이들은 말한다.

“보통 스킨-아스트리젠트-에센스-로션-크림-자외선 차단제-메이크업 베이스-파운데이션-파우더 또는 트윈케이크 등을 순서대로 다 발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요. 예를 들어 로션과 크림은 기능이 똑같거든요. 다만 유분의 양이 다를 뿐이죠. 자기 피부타입에 따라 하나만 쓰면 돼요. 그런데 로션 바르고 크림 바르다보니 결국 유분과다로 인해 뾰루지가 생기는 거죠.”

이들은 특히 유명 브랜드라면 무조건 잘 나가는 한국의 소비행태에 일침을 놓았다. 예를 들면, 외국 브랜드 ㅇ은 샴푸와 린스로 유명한데, 국내에 들어오면서 전 제품군이 똑같은 효과를 가진 것처럼 ‘뻥튀기’ 돼 고가 명품브랜드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페수닷컴을 기업 입김에 좌우되지 않는 권위 있는 소비자 사이트로 만들겠다는 게 이들의 야무진 꿈이다. 이들이 국내에선 피부관리실 등 한정된 곳에서만 비싼 값을 치러야 살 수 있는 제품에 대해 구입가능한 외국 판매처와 가격 등을 공개하자 업체에서 항의글을 보내오기도 했다. 백씨는 “업체들이 제품정보가 공개되는 것이나 소비자들의 솔직한 느낌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놀랄 때가 많다”며 “하지만 이는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외국엔 소비자 리포트 잡지나 제조업체에서 공개하는 정보가 많은데, 한국엔 화장품 회사 사보나 패션잡지에 나오는, 그나마 광고 수준의 정보만 그득해요. 기업의 일방적 공급과 소비자들의 무차별적 외침·공격이 아니라, 공급과 수요가 서로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돕는 구실을 할 거예요.”

강씨는 “기업들이 ‘우리 제품도 평가해달라’고 말하도록, 소비자들이 지적하는 사항이 곧바로 시정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가진 사이트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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