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살아 있는 이의 슬픔 2003년 01월 01일
작성자 권혁순
저는 오늘 학생 하나를 멀리 보냈습니다.

작년에 교대에 처음 와서 가르쳤던 과학과 학생들 중의 하나입니다. 남학생들이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띨 만도 한데, 있는듯 없는든 하던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말은 없었지만, 항상 밝은 표정의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지난 주에 졸업 사진을 찍었다고 하지만, 졸업을 하려면 아직 한 학기를 더 다녀야 하는데, 그 학생은 그냥 졸업을 하고 말았습니다. 영영.

우리 학교에서는 최근 몇 년간 졸업을 앞두고 먼저 간 학생들이 몇 명 있었는데, 모두들 과학과 학생이라고 하면서, 아무래도 푸닥거리라도 해야 하지 않냐고 하더군요. 과학과에서 푸닥거리라. 다른 과도 아니고 과학과에서 말입니다. 과학교육은 아무래도 실패한 모양입니다.

또 한가지.
아무리 물질이 만능인 사회라 하지만, 사고가 생길 때마다 꼭 등장하는 것이 보상금 문제입니다. 사랑하던 사람의 가치를 꼭 돈으로 되돌려 받아야 하는 것인가요? 그것으로 과연 위로를 받을 수나 있는 것인가요?

학생을 보낸 슬픔도 컸지만, 그 이후에 다가오는 문제들은 저를 더 슬프게 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학과장인 저에게 서서히 압력을 가해 올 텐데, 잘 헤쳐 나갈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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