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6.13 준비위원 권해효 2003년 01월 01일
작성자 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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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소리에서-


6.13 준비위원 가입한 영화배우 권해효

"6월 13일 한반도 평화에 대한 바람 표출되는 자리되길"

이정미 기자



6월 13일 미선이 효순이 1주기 추모대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 추모대회가 백만이 참여하는 전국민적인 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나서는 사람이 주변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들을 일컬어 준비위원이라 부른다. 이미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오천원 이상의 준비위원금을 내고 준비위원으로 가입, 활동하고 있다. 영화배우 권해효씨도 준비위원 중 한 명이다.


△권해효 ⓒ 민중의소리 김철수
16일, 영화와 연극판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권해효씨를 만나 6.13 추모대회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인터뷰는 현재 권해효씨가 출연하고 있는 "날 보러와요"를 상영하고 있는 동숭아트센터에서 진행되었다.

"단순히 심적인 참여에서 벗어나서 적극적인 표현을 하기 위해 준비위원으로 가입했다"는 권해효씨는 "5천원을 내는 것이나 10명 이상 참여시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자신의 가입이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첫 대면의 어색함은 "준비위원 사업이 말하자면 '전 국민의 간부화'가 아니냐"는 권해효씨의 농담 한 마디에 일순간 지워졌다.

현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선거운동에 나섰던 권씨는 자신의 참여가 정치적으로 비춰질까봐 광화문 촛불시위에 한번도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편하게" 준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그는 당시의 미안함을 덜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기대했던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이 권해효씨도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에 참담한 느낌이 들었다.

권씨는 "실제로 안될 거라는 것은 알았지만 입도 뻥긋 못해봤다는 것이 참담했다"고 그때의 심정을 전했다. 권씨는 "허구의 대통령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미국사람들"을 비판했던 마이클 무어 감독의 말을 빌어 "여기서 침묵하면 우리도 그들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며 여중생문제는 반미가 아닌 상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간 여중생 투쟁이 이 사회 내면의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고 평가하는 그는 "촛불 시위가 반전평화시위로 확대된 것을 보더라도 우리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이 땅의 항구적인 평화"라며 한반도 평화를 강조했다.

현재 전쟁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맞이하는 6.13 추모대회는 "단순히 추모하는 자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어디에 와 있나를 생각해보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는 권해효씨는 같이 공연하는 팀원들 모두를 준비위원으로 가입시키는 성과를 이뤘다고 귀띔해줬다.

다음은 권해효씨와의 일문일답이다.

준비위원으로 가입했다고 하던데 어떻게 가입하게 되었나

준비위원이란 것이 말이 거창하지 일종의 전 국민의 간부화 아니겠는가. 단순히 심적인 참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표현의 방식이라고 본다. 5천원 이상의 돈을 내고 10명 이상을 참여시키는 준비위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거창한 일은 아니다.

현재 준비위원으로 가입시킨 사람이 몇 명이나 되나

많이는 못했고 우리 단원들 8명은 전부 했다. 앞으로 더 하겠다.

작년 촛불에 참여해 보았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고 월드컵에서 형성된 광장 문화와 더불어서 지난 연말 광화문 촛불로 표현되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연말에 특정 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정치적인 행동으로 보일까봐 하지 못했다. 이제는 좀 더 편안하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차원에서 참여하고 있다.

1년이 되도록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데 현재 보는 심정은 어떤가


ⓒ 민중의소리 김철수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과정을 보면서 참담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개인 성향이나 지향점과 상관없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어떤 것이라는 게 극명하게 드러났다. 말을 꺼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소파개정에 대해서 입도 뻥긋 못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이 문제는 단순히 반미가 아니고 인권의 문제이며 상식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국민 모두가 상식을 얼마나 견지할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이라크전쟁때 부시행정부를 보면서, 마이크 무어감독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허구의 대통령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미 국민들의 수준이하의 행동"에 대해서 우리가 당혹해 하지 않았는가. 우리가 이런 일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우리도 그들과 다를 바 없다.

일년동안 여중생싸움을 관심을 가지고 본 사람으로서 느끼는 성과라고 한다면

엄청난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 말하지 않아도 국민 모두가 알 것이다. 일종의 성역으로 여겨지던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반미시위가 매일 진행되고 있고 그것이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한다. 사실 예전엔 생각치도 못했던 일 아닌가.

또 이 운동이 반전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도 큰 수확이라고 본다. 일년을 지나오면서 우리 의식 속은 엄청나게 많이 변했는데 이 변화가 가시적으로, 그리고 우리 생활 속에서 보다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자면 당장 현실적으로 참사 현장의 추모비도 미군의 돈으로 세운 것인데 그것을 우리 국민의 돈으로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추모 1주기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나

추모의 촛불이 반전운동으로 퍼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 현실은 파병을 결정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난 겨울에 보여 주었던 자발적인 관심을 1주기 행사에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지난 반전평화시위에서 나타났듯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바라는 그 바램이 표출되기를 바란다. 그 자리는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자리가 되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축제의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회정치적인 문제에 많이 참여하는 편인데 ...

부끄러워서 그렇다. 많은 사람들한테 관심 받고 있고 또래에 비해서는 많이 벌기도 하기때문에 어떻게 보면 나도 이 사회의 기득권자일 수 있다. 그러면서도 항상 갈증처럼 자리잡고 있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외국인 노동자들 문제나 한총련 문제등을 대할 때 속 끓어오름 이런 게 있지 않느냐. 그런 것이 남아 있는 한 혼자서 잘 사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우리 아이들이 자랄 곳인데,꼭 대한민국이 아니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발 딛고 사는 곳은 그 곳이 어디이건 건강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한총련 10기 의장에게 실형이 나왔고 '한총련 이적규정이 합법'이라고 나온 것을 보고 참 답답했다. 몇 백만 실업시대와 대학이 입사 학원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21세기 대학생들은 1학년때부터 정신 없이 도서관에서 토익공부에 매여있다. 이럴 때 자신의 일이 아니고 우리의 일에 대해서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존경받아야 할 일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사회가 그 사람들에 대해서 격려해 주는 것이 아니라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식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노무현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던 사람으로서 그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심정이 편한 것만은 아니였을텐데...

지난 파병동의안 처리때 한 국회연설도 그렇고, MBC TV토론에 나와서 "아이들에게 어떤 것을 이야기하겠냐"는 표현에 대해서 답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대통령으로서의 결정을 자신의 신념과 일치시킨다'는 것이 이 사회에서는 아직 어렵다는 면에서 대통령도 내심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내가 대학 다닐 때 못해본 게 있는데, 그 치열했던 80년대 전대협 시절에 대학에 다니면서도 한번도 학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대열에 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야 많지만 그건 다 핑계일 뿐이고 늘 살면서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이야 당당하게 통일도 이야기하지만 그게 당시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하면서 얻어낸 것이냐. 늘 부끄럽게 생각하고 살다가 철들어서 누군가와 함께 연대하고 뜻을 같이 하는 것이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6월 13일 두 어린 영혼이 간 지 일년이 되어 가는데 지금은 생각해 볼 때라고 본다. 이것은 반미의 자리도 아니고 성토의 자리도 아닌 과연 우리는 현재 어디에 있나를 생각해 보는 자리다. 주변 분들한테 참여를 권하고 그 기회에 와서 한번쯤 기억해보고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건강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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