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노년엔 어디에서 살을까.......? 2003년 01월 01일
작성자 장혜숙
오월은 아직도 반이나 남았는데 오늘 다섯번째의 청첩장을 들고 결혼식장을 찾아갔다. 남은 날들 동안 또 몇장의 청첩장이 날아들지.........

예식장에서 십여명의 동창생들을 만났다.
우리 동창생들이 만나면 이제 더이상 애들 공부가 어떻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손자 손녀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나이가 되다니 내가 벌써!
나중에 좀 더 늙으면 어디서 살지, 이런 이야기를 자주 한다.
도시의 살인적인 집값에 짓눌려 사는 우리들은 서울 집 팔아 시골로 이사가서 남은 돈 맘놓고 쓰겠다는 이야기도 가끔 한다. 그런데 살던 곳을 떠나서 새로운 곳에서 무얼 하고 살지, 이런 걱정도 한다.

독일에 있을 때 가까이 지내던 부인과도 노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부인은 "푸른 초원 위의 그림같은 집"에서 살고있다. 참 아름다운 전원생활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는 은퇴후엔 도심 한가운데서 살고싶다고 했다.
아이가 어려서는 자연 속에서 커야하기 때문에 시골에서 살았는데 이젠 자녀 걱정없이 자기 부부들 편한 대로만 결정하면 된단다. 직장생활하느라, 아이들 키우느라, 시골이라, 그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던 문화생활을 마음껏 하고싶단다.
저녁에 하는 콘서트도 가고, 영화구경도 자주 가고, 끝나면 밤늦게까지 카페에서 차마시며 이야기도 하고, 아프면 가까운 큰 병원에 후딱 쫓아가고, 무엇보다도 많은 사람들 속에 섞여서 외롭지 않게 살고싶단다. 방문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좋단다.
사실 나는 그 집을 방문하기 위해 뜸한 배차 시간의 버스에 기차에 다시 택시를 이용해 찾아간 적이 있다. 그 집에 머무른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지만 오가고 하루 해를 다 보냈다.
이 독일 부인의 생각은, 젊어서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도시에 살고 늙어서는 전원생활을 꿈꾸는 우리네와 전혀 다른 생각이다.
그 집 아이들은 정말 천국과도 같은 자연 속에서 자랐다. 그러나 큰 도시에서만 하는 유명 콘서트 한번 보는 것도 벼르고 별러야했고, 끝나면 호텔에서 묵고 돌아와야하는 지경이었으니, 늙고 은퇴한 후의 한가한 시간들은 마음껏 문화생활을 즐기고싶다는 뜻도 이해가 간다.

도시 생활에 찌든 나는 늙어서 어디에서 살까?
시간많은 노년에 문화생활도 즐기고, 필수적으로 찾게될 병원도 가까이 있고, 친구들(내 나이만큼 늙은)이 힘들이지 않고 쉽게 오갈 수 있는 곳, 그런 곳은 어디일까.........?
무엇보다도, 청파교회를 다닐 수 없는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을까? 젊어서 어떤 목적으로 이리저리 이동하는 것과는 그 의미가 다른 노년의 정착생활인데, 이 문제를 쉽게 결정할 수 있을까?

"여호와 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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