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청파교회 교우 여러분들께. 2003년 01월 01일
작성자 김현동
다가오는 봄을 내 몰기라도 하듯 느닷없는 사월 초순의 눈발은 멈추지 않고 온 천지를 또 다시 하얗게 덮고 있습니다.

TV의 뉴스 채널은 연일 전장의 소식을 전하며 강한자만의 이데 오르기로 무장한 채 인간의 추악한 모습만 드러내고 더 나아가 거짓 명분과 영웅을 만들며 커다란 그러나 무서운 게임을 즐기는 듯 합니다.
;오늘부터 전쟁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벌써 4월하고도 팔일 이제 내일이면 저희 가족이 미국에 이주한지 두해가 되는 날입니다. 지난 두해 동안 우리가족을 주님의 은혜의 보살핌으로 이곳- 조용한 그리고 아름다운 뉴저지 basking ridge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평안과 안식, 바라봄으로 만이라도 우리의 마음에서 감사가 절로 나오게 되는 이곳은 저의 과거 이전 생활을 순식간에 바꿔놓는 가장 큰 힘 이였습니다.

우리가 생활의 현실에 두 발을 깊이 담그고 푹 빠져서 자기를 돌아볼 여유 없이..
우리가 만나는 이웃과 아름다운 관계 보다는 이해타산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현대사회의 비정함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다시 바로 설 수 있는 것은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엄숙한 평안과 아낌없이 주는 넉넉한 안식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겨울 내내 거의 매일 벽난로에 불을 지피며(보일러가고장나서) 화부 아닌 화부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장작이 타오르는 불길 속을 들여 다 보며 나의 손을 거쳐 재로변한 나무들에게 많은 감사를 전했습니다. (재는 쓰레기로 버리지않고 뒤뜰 땅에 묻어주었습니다)

많은 바람이 불고 난 날이면 저희 집 앞마당 큰 나무들 밑에는 힘 없는 가지들이 서럽게 떨어져서 저를 쳐 다 봅니다. 저는 그것들을 주워 모으면서 나무를 더 튼튼히 자라게 하기 위하여 썩거나 잘 안착이 안된 가지들이 바람에 의해 자연에 의해 순교하는(?) 엄숙함에 고개 숙여집니다. 순교한(?) 떨어진 가지들은 바싹 마른 상태로 난로의 첫 불을 지피는데 자기를 희생합니다.

인적이 닿지 안는 큰 숲속에 들어가 보신적이 있나요?
그곳에는 군데군데 큰 나무며 가지들이 꺾이고 쓰러져 오랜 세월동안 자연에 의해 썩어 그 숲의 다른 친구들에게 모든 것을 다 주는 오랜 시간동안 치루어 지는 엄숙한 제사의 의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버리고 자연의 순리에 모든 것을 바치는 엄숙함과 넉넉함.......

조급하고 바쁘고 무언가 계산하고 궁리하고 변명하고 자랑하고 힘을 과시하고 남을 업신여기고 이웃을 외면하는 .......
몸과 마음을 건강하고 겸손하게 하기보다는 치장하고 .........
꽃을 자라게 하여 향기를 피우기 보다는 꽃을 따 자기 가슴에 꽂고 싶어하는 나는
오늘도 눈바람을 맞으며 앞마당에 큰 나무를 바라보면서 고개 숙입니다.

우리에게 자연을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 감사 드립니다.

저희 가족 아내와 상현, 재현은 모두 건강히 주님의 은총과 여러분의 기도 안에서
감사한 생활을 하고있습니다.
특히 두 아들의 생각이 밝고 건강하게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내와 나는 때때로
감사의 기쁨을 나눕니다

아내는 주 5일 이곳서 30분 거리의 처형네 회사에 근무하며 아내로써 남편을 이해하고 세워주는 일에, 두 아이의 자상하고 친절한 엄마로써 항상 변함없는 모습으로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요즘, 날 좋은 날 나무와 잔디를 가꾸고 학교간 아이들 방의 침대를 정리하고 옷가지를 옷장에 걸어주며 아이들의 옷에 묻은 채취를 맡기도 하며 함께 점심을 지어먹고 TV를 통한 영어공부와 집안 청소 및 저녁식사후의 설거지 등…..
“바다로 간 게으름뱅이처럼”……
읽었던 책들을 골라 다시 읽으며 (요즘은 신경숙님의 “외딴방” 과 목수 김씨의 “목수일기”를 읽었습니다)
주말은 아이들과 테니스와 농구 등 운동을 즐기며 좋은 남편, 아버지가 되도록 노력 합니다.

상현이는 키가 183cm 정도로 훌쩍 자라나 이제 부모를 걱정하고 잔디 깍기등 집안일을 도와주며 테니스 와 농구를 아주 잘하는 청년(?)으로 변해갑니다.
재현이는 이제 막 아빠 키를 따라잡으며 학교에서는 레스링 부원으로써 카운티 대회에 나가 3등에 입상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두 아이가 학교가 는 것을 즐거워하고 자기 할일 들을 스스로 하는 것을 보면서 문화와 언어가 다른 이곳에서 어려움이 많을지언데 불평하지 않고 즐겁고 감사 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저희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부모님 그리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이곳에 지내는 동안에도 창파교회의 표어처럼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스도인” 으로써 그리고 한국인의 정체성을 잊지않고 살아가도록 다짐합니다.

주님의 은총이 창파교우 여러분들과 함께 하길 기도 합니다.

⊙추신: 인터넷을 통해 김 기석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니 글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그곳이 가깝게 느껴졌다. 어제는 “허영심을 버려라”라는 설교를 함께 듣는데 상현이가 옆에서 “참 말씀이 좋다” 말하면서 “아빠 나는 이전 것도 혼자 다 들었어 아빠도 들어봐 CD로 구워 줄까?” 하길래 혼자 빙그레 웃으며 “너희 학교간 사이에 두 번씩 들었다”고 속으로 말하고 나자 갑자기 이라크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주님이 생각 났다.

이 글은 자판이 익숙하지 않은 저를 위해 상현이가 대신 작성해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목록편집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