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장로취임 인사 2003년 01월 01일
작성자 윤석철
장로 취임 인사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믿음도 아니고,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여 늘 뜨거운 눈물 흘리던 첫 믿음의 열정도 사라졌고,
믿음의 본을 보여주시는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 원로 성도님들의 그 깊고 굳건한 믿음이 저에겐 부족합니다.

사람의 눈을 의식하고 하는 모든 일이 거짓이고 위선이라 말씀하시던 원로 목사님의 그 엄정하신 가르침을 받고도 초라한 모습, 죄인 된 모습을 감추고자 애쓰며 애쓰며 손바닥으로 제 눈만 가리고 세상을 비틀 비틀 살아온 저 윤 석철입니다.

“내 걸어온 걸음 걸음을 따르라” 당당하게 몸으로 제 삶의 모습을 통해 자식을 가르치지 못하고 “내 하는 말만이라도 따르라” 말로만 자식을 가르치는 부족한 한 아비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목사님의 뜻과 성도 여러분의 바람을 알면서도 그 뜻을 받아 모시지 못하고 제가 뒷걸음질을 친 것은 겸손해서가 아니고 정말로 제 부끄러운 모습을, 저는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한 제가 감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소나무의 송진은 잘려나간 가지, 부러진 가지의 상처를 감싸기 위해 소나무가 흘린 고통과 눈물입니다. 그렇게 자란 소나무는 큰 재목으로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구부러지고 뒤틀리고, 여기 저기 더께더께 엉겨 붙은 송진덩어리의 옹이를 가진 나무는 땔감으로나 제격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땔감이 되겠다는 각오로 섰습니다.


기둥으로, 대들보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하게 자라고 있는 우리교회의 젊은 재목들을 보면서,
그리고 제 옆에 서 있는 바르고 굵고 단단한 제 선배님이나 동료 재목들을 보면서,
때가 이를 때까지, 그 재목이 재목으로 쓰이게 하기 위해 제가 맡아야 할 제 소임을 담당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교회에 다니지도 않던 저희 부부의 결혼을 주례하신 박 정오 목사님은 제 믿음의 아버지 이셨습니다. 그 후 7년 만에 처음으로 교회를 찾은 저희 가족에게 믿음을 심어 주시고 물 주고 거름 주며 양육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히 이 자리에 서도록 용기를 주시고 꾸짖으시고 안타까워 하면서 기도하셨습니다.

또한 김 기석 담임 목사님은 제 사정을 미루어 짐작하시고 조용히 기다리면서 오늘까지 저를 위해 기도하시고, 일상에서 상처 받으며 살아가는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또한 제 자식 3남매의 참 스승이십니다.

교역자님과, 원로 성도님들과, 선배 장로님 그리고 믿음의 교우 여러분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장로의 직분을 받았습니다.

하나님께 드리는 우리의 제단, 청파교회의 오늘이 있기까지, 74년의 역사 속에 헌신하신 믿음의 선배님들의 그 걸음에 누가 되지 않아야 겠다는 각오와 결의를 다져 봅니다.

부끄러움 속에 헤매던 저를 하나님께서는 오래 참으셨습니다. 한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역사 하심은 어떤 한 민족을 구원하시기 위해 역사하시는 것보다 결코 가볍거나 작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장로답게 살게 하시기 위해 하나님께서 장로로 이 부끄러운 저를 부르셨을 것이라 믿습니다.
받은 직분을 삼가 이루라는 말씀대로 장로답게 교회를 섬기겠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 가겠습니다.


2003년 3월 9일
윤 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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