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전신거울 2002년 01월 01일
작성자 장혜숙
"엄마, 내 방에다 큰 전신거울 하나 달까 생각중이에요."
"방이 너무 좁아서 전신거울은 불편할거야. 샤워실에 얼굴거울 있잖아?"
여준이와 나눈 대화입니다.
그 애가 전신거울을 필요로하는 이유는 뜻밖이지요.
한창 외모에 신경쓰고 모양낼 나이라서 그런 거라면 좋겠어요. 그러나 ...

학교 강의가 일정치 않고 자유롭게 연구실에 나가면 된대요.
어떤 땐 이 삼일이 지나도록 전혀 외출하지 않고 방에만 있을 때도 있다는군요.
전신 거울이 있어서 가끔 움직일 때마다 자신의 모습이라도 비치면 사람 구경좀 하는 게 될 것같아서 거울을 달 생각을 한 거래요.
'많이 외롭구나.' 제 가슴까지 시려왔어요.
그러나, 이 아이는 가끔 외로움을 느끼기는 해도 불쌍하지는 않아요.
눈 앞에는 아니지만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고 자기의 할 일도 있으니까요.

새로운 해를 맞습니다.
부족할 게 없이 다 갖춘 내 아들이 방에 전신거울이 필요하다고 할 때 가슴이 찡했는데, 내 주변엔 그 아이보다 더 절실히 전신거울이라도 필요한 외로운 이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북적대는 도시의 섬에서 외로운 이들.
후끈한 도시의 열기 속에서 시리고 추운 이들.
흥청대는 사치 속에서 헐벗은 이들.
우리는 가끔 아니면 자주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외로움이 불쌍하지는 않은 우리들이에요. 이제는 외롭고도 불쌍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새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몇 시간 후로 바짝 다가온 2003년, 복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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