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아버지... 2002년 01월 01일
작성자 조항범
친한 친구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이젠 너무도 흔하게 죽음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암'으로 투병하시던중 패혈증으로 돌아가셨습니다.
8년전 12월첫째날, 암으로 고통을 당하고 돌아가신
제 아버지의 장례를 치뤘던 서울대병원 영안실은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서 예전의 그 스산한 느낌은 덜한듯 보였지만
유족들의 슬픔은 그때나 한가지로 가슴을 저미게 했습니다.

장지로 떠나기전, 새벽공기를 마시며 병원본관 언덕을 넘어
대학로로 내려가는 길을 걸어 보았습니다.
이제는 단정한 차로가 생기고
나무들도 적어져 생소하게 보이는 그 길...

마지막 수술을 받으시던 8년전의 가을
아버지의 입원실로 가기위해
젊은빛 푸른, 동숭동 대학로를 건너
의과대학 입구로 들어서면 눈 앞에 펼쳐지던
온통 노란빛으로 뒤덮힌 은행나무 언덕길...
노란빛이 너무 아름다워
'조금만, 조금만 더 이 길이 계속됐으면' 하고 바랬었습니다.
그 가을의 아름다움이 아버지의 마지막 생명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은행잎이 거진 져갈 무렵
아버지의 고통에찬 신음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장례기간 내내 노오란 은행잎을 떠올리며
영정속의 아버지가 슬픔에 가득찬 표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장지에서 장례미사를 드리는 동안
친구의 아버지는 영정 속에서 웃고 계셨습니다.
투병하시던중 찍은 사진인듯 초췌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천주교인 이셨던 그 분은
하나님곁으로 가는것을 기뻐하시며 웃고 계신것 같았습니다.


주일에 아버지의 8주기 추도예배를 드립니다.
더이상 고통도 신음도 없는 곳에 계실 아버지가
이젠 영정 속에서 웃고 계실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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