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개울 2002년 01월 01일
작성자 박범희
앞의 가을잎이라는 도종환 시인의 시가 너무 좋아서
혹시 누가 인터넷에 올리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검색해보았더니
'가을잎'은 물론이고 '개울'이라는 좋은 시도 낚았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침 3학년 졸업고사 문제를 내고 보니 반쪽의 여유면이 남길래
'개울'이란 시를 적었지요.

지난번 중간고사 때는 "수업시간에 역사로 배운 전봉준 장군을 시로
만나봅시다."라는 구실로 장장 시험지B4용지 전면에 걸쳐-그것도 2단 편집-
김남주 시인의 '황토현에 부치는 노래"를 올렸거든요.
내용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었을텐데, 너무 격정적이었든지
학생들한테 감상을 물어보면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뿐 별 말이 없었어요.

시험시간이 낙낙하기에 남는 시간에는 이거라도 읽으라는 마음으로 올린
것이었지요. '개울'이라는 시를 읽고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른지요.


개 울

도종환


개울은 제가 그저 개울인 줄 안다
산골짝에서 이름없는 돌멩이나 매만지며
밤에는 별을 안아 흐르고 낮에는 구름을 풀어
색깔을 내며 이렇게 소리없이
낮은 곳을 지키다 가는 물줄기인 줄 안다.
물론 그렇게 겸손해서 개울은 미덥다
개울은 제가 바다의 핏줄임을 모른다.
바다의 시작이요 맥박임을 모른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
소읍의 변두리를 흐린 낯빛으로 지나가거나
어떤 때는 살아 있음의 의미조차 잊은 채
떠밀려 서쪽으로 서쪽으로 가고 있는 줄로 안다
그러나 가슴 속 그 물빛으로 마침내
수천 수만 바닷고기를 자라게 하고
어선만한 고래도 살게 하는 것이다.
언젠가 개울은 알게 될 것이다.
제가 곧 바다의 출발이며 완성이었음을
멈추지 않고 흐른다면
그토록 꿈꾸던 바다에 이미 닿아 있다는 걸
살아 움직이며 쉼없이 흐른다면




이제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끝나면 저도 한숨 돌릴 수 있겠지요.
역사교실에 한홍구 교수의 역사 이야기를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그 사이 사이마다
가능하다면 한홍구 교수 이야기에 나온 역사적인 자료들을
하나씩 올리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황매천의 절명시 이야기가 나오면 절명시 전편을 올린다든지,
이완용 이야기가 나오면 이완용이 3.1만세 운동 때 신문에 어떤 글을
썼는지, 박정희가 3선 개헌을 할때 담화문의 내용은 어떠했는지 등을
시간이 나는대로 올리려고 합니다.

많이 읽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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