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교실

제목 립스틱 색깔 바꾸기 2002년 01월 01일
작성자 도배아줌마
바르던 립스틱이 다 닳아갈 무렵엔 이런 다짐을 한다. 이번엔 좀 다른 색깔로 사야지.
숍에 가서 먼저 것과는 다른 색깔부터 이것저것 손등에 발라본다. 그리고 값을 치르기 위해 계산대에 가지고 가는 것은 먼저것과 똑같거나 비슷한 색깔이다. 언제나 반복되는 일이다.
어쩌다가 과감히 전혀 다른 색깔을 사보긴 한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잘 사용하지 않아 몇년씩 화장품 바구니에 묵고 있다.

옷도 마찬가지.
새옷을 살 때마다 가지고 있지 않은 색깔, 새로운 디자인을 사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러나 사가지고 오는 것은 집에 있는 것과 비슷한 색깔, 비슷한 디자인의 옷이다.
옷이란 아래 위, 겉과 속의 것을 어울리게 입어야하는데, 한꺼번에 여러개를 새로 사지 못하고 집에 있는 옷들과 잘 어울려 입을 수 있는 것을 고르다보면 결국은 비숫비슷한 것을 집어들게 된다.
변덕이 갑자기 커진 날, 어쩌다가 그동안의 것과 전혀 다른 색깔과 모양의 옷을 사기도 하지만, 결국은 장농지기로 지키고 있게되고 눈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변한다는 것, 바뀐다는 것, 그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같은 실수를 다시는 하지 않기 위해 수없이 많이 다짐하고 약속하고 결심하지만, 지금까지 지내오던 생활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현실에 만족하고 행복한 사람에게 변화가 없다는 것은 희망이고 축복이지만, 현실이 고통인 사람에게 변화가 없다는 것은 절망이고 저주이다.

나는 현실이 유지되기를 원하는가, 바뀌기를 원하는가?
현실이 평온한 안식처일지라도, 새로운 세계가 가시밭길일지라도, 나는 벗어나기를 원하다. 새로운 길을 걷기를 원한다.
그런데 왜이렇게 버리기 아까운 것들이 많지? 지켜야할 것들이 왜이렇게 많지? 익숙한 것들에 대한 편안함이 왜이렇게 달콤하지?

변한다는 것, 바뀐다는 것, 그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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